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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광대 Dec 16. 2023

세월호와 이태원참사, 잘 지내시죠?

각자도생 속 연대

Z세대는 1997년년부터 2010년 후반에 출생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IT기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를 뜻한다.


인터넷 밈으로 돌아다닌 이들의 주요 사건과 의미로는 1) 경제위기 상시화, 2) 세월호 - 각자도생,

3) 국제분쟁, 4) 한뉴/뉴트로, 5) 공유 1세대

이렇게 총 5개의 키워드였다.


"MZ세대"라는 단어로 미디어에 떠들어된 결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차이점이 있음에도 그 공통점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논쟁의 메인 음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긴 결과,

앙상하게 남은 MZ세대는 사바사(사람바이사람)이라는 저명한 진리에도 파묻혀, 단체 생활에서도 스스로의 삶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대표 : '저는 에어팟을 껴아지만 능률이 더 올라갑니다!')로 손가락질을 받곤 한다.


실제로 에어팟을 껴야지 집중이 더 잘 되는 것은 사실이다만 이는 30대 후반 상사분도 똑같았는지 함께 각자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며 능률을 높였다.(대답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윗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아량을 가진,


 Z세가 된 그 주요한 사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9년 전, 고등학교 2학년일 때로 돌아가자.


2014년, 어느때와 다름없이 중간고사와 수행평가를 준비하며 밤낮없이 공부를 임했던 날이었다.


문과와 이과와 구분이 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문과에 몰린 상태에서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 치열하게 공부를 했던 날.


그런데 그 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나의 또래 친구들이 차가운 바다속에서 나오지 못한 사건이었다.


나와 똑같이 공부를 하며, 살아갈 미래를 위해 기꺼이 오늘을 투자를 했을 학생들


지긋지긋한 공부로부터 약간의 해방을 느끼며,

기분 좋은 추억 여행에 두근거렸을 학생들.


이 작고 선량한 학생들을 거대한 국가가 그리고 나쁜 어른들이 지키지 못한 채,


오히려 선량한 작은 시민들끼리 구명조끼를 나누며 연대하며 서로를 지켰다.


벌써 10년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뉴스를 보며 눈물로 흘려보냈던 새벽밤은 잊지 못한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


이 친구들도 이제는 나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겠지.


여리고 어린 영혼들이 연약하고 악한 사회구조로 인해 잃어버렸던 그 날의 기억 역시,


고물가와 끊임없는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옅어지고 있던 어느 날.


언제나 반기던 나의 생일도 더 이상 기쁘지 않고 '쉬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2022년 10월이었다.


그럼에도 할로윈데이가 생일이니,

젊은 나의 생을 축하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근처 홍대거리에서 친한 언니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할로윈데이에 분장해서 이태원에서 즐기기"는 부족한 체력으로 인해, 내년으로 미루고,


홍대에서 약간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며 나의 젊음과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신혼여행을 간 언니로부터의 부재중 1건

평소라면 전화오지 않는 남동생으로부터 부재중 1건

이 시간이라면 자고 있을 엄마로부터 부재중 2건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전화를 한 것이지?' 하며 가장 최근에 끊긴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에 취했던 나는, 가족들에게 이 시간까지 유흥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온전한 정신인 척하며 남동생의 말에 집중했다.


동생이 하는 말,


"이태원에 사고가 났다던데, 누나 괜찮아?"


"이태원? 사고? 그게 무슨 말이야?"


뉴스를 보지 않았기에 지하철로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서 어떤 참담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후 영문도 모른 채, 차례대로 가족 개개인에게 전화를 하며 서울에서 혼자 떨어져 살고 있는 딸의 안전을 보고한 후, 가족들의 편안한 밤을 기도했다.


사태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할로윈 전야제 주말을 즐긴 후 돌아온 새벽.


아침에 일어나보니 대구에서 친구들에게도 카톡이 있었다.


괜찮냐는 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믿으며, 애써 불안함을 지우고 보낸 걱정 가득한 말들.


그때서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암담하고 참담한 사고에 떨리는 손과 눈을 멈추지 못했다.


 다.


8년 전과 똑같이 나와 비슷한 또래의 죄없는 젊은 영혼들이 또 다시 무력하게 생명을 잃었다.


"일부" 사람들이 사고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댓글을 보았을 때,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인지 얼굴을 보며 항변하고 싶었다.


독일에서도 할로윈 파티를 했었다.

10월 31일.


전 세계가 즐기는 재미난 축제의 날임이 틀림없다.

그것을 즐기러 간 것이 잘못된 것일까?


매년 시작되는 축제였을텐데 왜 이번에는 미리 대응을 하지 못해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것일까?


또 그렇게도 쉽게 선량한 개인에게 탓을 돌리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할 것일까?


그러면 몇년 후, 어린 나의 남동생, 나의 소중한 친구와 가족들, 나의 귀여운 조카와 몇년 후 나의 자식까지


혹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덜컥 생기는 두려움.


그럼에도 지금 당장 내가 살아야겠다는 약한 이기심에 뉴스를 보지 못하며 무력감에 빠져 또 다시 출근을 한 다음날.


당연하게도 모두가 아는 우울한 사실,


그렇지만 마치 볼드모트가 된 것 마냥


누구 하나 입에 담지 못했다.


그저 눈빛으로 괜찮은지. 주위의 자식, 조카, 어린 사람들이 안녕한지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괜찮기를 바라며


한편,


한창 프로젝트를 달리며 연락을 주고 받는 타업체 대리님이 업무 시간에도 카카오톡을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걸었을 때, 평소와는 달리 매우 우울한 목소리(대리님은 언제나 밝은 하이톤으로 전화를 받으셔서 듣는 사람에게도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


어떤 일인지 감히 물어볼 수 없었다.

다만, 일이 생겨서 일주일정도 후에 복귀를 할 것이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무서웠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입에 담을 수 없고,


결국은 회사의 일로 만난 사이이기에 오지랖을 부릴 수 없었다.


다만, 따뜻한 간식을 기프티콘으로 보내며

단지 몸이 아프거나 피곤해서 생긴 일이길 바라며, 힘내라는 인사말을 보냈다.


아직도 누군가는 MZ세대 그리고 Z세대를 미워할 수 있다.


이 단체생활에 미숙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의지박약한 젊은 세대들.


하지만 적어도 주위 나의 친구들을 보면 상사의 이해할 수 없는 생각(업무외 연락, 자신의 대학원 개인 과제, 갑작스러운 회식, 욕설 등)에도 속으로 불만은 할지언정 따르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힘들어도 버텨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추스르며, 상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조금씩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서


그럼에도 소중한 자신과 가족,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며, 더 나은 사람과 사회를 위해 성실하고 착실하게 오늘을 기꺼이 투자하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MZ세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며

진리의 사바사로 인해 세대 불문하고 빌런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저 MZ세대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그럼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것을.


그런 연약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앞으로 태어날 연약하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그럼에도 강하고 선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우리들을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먼저 떠나가버린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부채감을 지니며 오늘도 어떻게든 내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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