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끝났지만 나는 끝나지 않았다

by 스윗퍼시먼

1. 내 안의 무너짐을 통과하며


법원 입구를 보자마자, 나의 숨이 멎었다. 그날의 공기, 계단의 각도, 보안검색대의 기계음 하나까지도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도망쳐, 지금이라도. 그냥 가자…‘


내 안의 작은 속삭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안 돼. 오늘은 내가 나를 끝까지 지켜야 해.’


나는 그 두 속삭임 사이에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나를 데리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증언대는 마치 심연 위에 놓인 외줄 같았고, 속기사의 타자 소리는 내 심장을 두드리는 망치처럼 느껴졌다. 울지 않으려 애쓰며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치켜든 채, 나는 내 감정을 삼켰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장례를 치르는 사람처럼, 내 안의 분노와 두려움을 묻고 있었다.


한 번은 상담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도 침착하셨어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그렇게 못합니다."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나에게 감옥이었다.

“너무 침착하지도 말 것. 울어도 좋아요. “

증언대에 서는 순간조차, 나는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배우가 되어야 했다. ‘피해자다움’이라는 가면은, 너무도 구체적인 무형의 규칙으로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연기를 할 줄 몰랐다. 나는 그저 살아내고자 했을 뿐이다.


나는 마지막 상담실을 찾았다. 그곳은 법정과는 정반대의 공간이었다. 냉기 없는 방, 서류보다 시선이 먼저 닿는 공간. 처음 만난 상담사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당신이 말하지 못한 것들을, 제가 함께 들었어요.”

마지막 상담사는 눈에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 상담의 평가와 자신이 무엇을 얻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한마디에 목이 메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조용한 방에서, 내 호흡 소리만이 나를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부끄러워하던 건 사건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믿게 만든 구조였다는 걸. 수치심은 사회가 만든 것이었고, 나는 그 감정을 내 감정인 양 받아들여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멀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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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침묵, 그 속에 숨은 비명을 저는 문장으로 꺼내고 싶었습니다. 20대엔 공학을, 30대엔 정치를, 40대엔 다시 육아를, 지금은 민낯을 경험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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