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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 자 Sep 19. 2021

수단으로써의 아이템과 목적으로서의 아이템


게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어가 만들어나가는 내러티브가 중요한 매체다. 이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온라인 게임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첫째, 싱글 게임 역시도 플레이어가 만들어나가는 내러티브가 매우 중요하나, 패턴이 정해져 있는 AI의 특성상 상호작용의 변수가 같은 인간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 게임을 플레이했을 시에 내부적으로 완결성을 갖는 기존 싱글 게임과 달리,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겪는 온라인 게임은 현실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셋째, 앞서 언급했듯이 싱글 게임의 갈등은 게임 속 난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나지만, 온라인 게임에 들어와서는 인간과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갈등 축이 생겨나기 때문에 더욱 다변화된 플레이어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넷째, 온라인 게임은 이미 하나의 가상세계이자 같은 인간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사회이며, 일종의 메타버스다.1) 이외에도 온라인 게임의 내러티브를 다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은 이러한 측면으로만 보기에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현재 다수의 메이저급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기에 둘을 같이 묶어서 다루고자 하는 시도가 어긋난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은 또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경제도 존재한다. 다만 현실의 물건이 아니라 게임의 화폐 및 물건, 즉 게임 아이템이 거래의 대상이 될 뿐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면서 하나의 시장경제체제를 이룬다. 게임 아이템이란 좁은 의미로는 물약, 무기, 방어구 등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의 아바타가 얻는 물건을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논할 '아이템'은 좁은 의미의 아이템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아이템에서부터 캐릭터, 스킨, 집, 게임 속 성, 사냥터, 아이템의 추가 능력치까지 유무형의 자산 모두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할 것이다. 어차피 캐릭터나 스킨, 집 역시도 플레이어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 역시도 좁은 의미의 아이템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다룰 아이템은 좀 더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어야 게임계에서 일어난 논란을 정확히 다룰 수 있을 것이다.


파고들기와 캐릭터 게임


기존 싱글 게임의 아이템은 대다수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게임의 목표는 엔딩을 보는 것이고 이외의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 내 좋은 아이템은 게임 진행을 편리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아이템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만한 게임으로는 일부 시뮬레이션 장르와 샌드박스 게임에 그쳤다.


하지만 엔딩만을 목표로 하는 게임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엔딩을 보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엔딩 이후에도 게임을 하고 싶은 플레이어가 있음에도 동기를 부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개발사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즉각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주고, 엔딩 이후에도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첫 번째로 도입한 요소가 바로 시뮬레이션, 샌드박스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집 요소였다. 흔히 파고들기(야리코미)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파고들기란 게임 속 숨겨진 무기, 방어구, 펫 등 꼭 엔딩을 보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 아님에도, 게임 내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요소를 목표로 삼아 플레이하는 경우를 뜻한다. 엔딩 이후에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인 셈이다.


이 파고들기가 기존의 샌드박스, 시뮬레이션 게임과 다른 점은 수집 그 자체가 개발사가 만들어 놓은 목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갈린다. 가령 싱글 RPG-어드벤처에서 아무리 파고들기 요소를 많이 넣어놨어도 기본적인 목적은 엔딩이므로 파고들기 요소는 어디까지나 엔딩을 본 이후로도 게임을 즐기기 위한 ‘부차적인’ 역할에 그친다. 반면 <동물의 숲>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은 게임 내에 있는 각종 아이템을 수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섬을 꾸미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포켓몬스터 레드(1995). 파고들기 요소를 도입한 게임의 대표작이다.


파고들기 요소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동양의 싱글 게임으로는 ‘펫’ 수집 요소를 극대화한 <포켓몬> 시리즈와 <여신전생> 시리즈가 있다. 지금껏 만나거나 잡은 포켓몬이나 악마가 도감에 기록되고 완성되면 보상을 받는다. <여신전생> 시리즈 같은 경우 잡은 악마를 합체하여 새로운 악마로 만드는 시스템도 있다. 덕분에 위 게임들은 엔딩을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포켓몬이나 악마와 같은 펫들을 전부 수집하는 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이외에도 초코보나 히든 보스, 숨겨진 무기 등을 수집 요소로 삼는 <파이널 판타지>, 9999 레벨이라는 황당한 수치를 자랑하는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같은 게임들이 있다.


당시 게임의 화폐 대용(?)으로 썼던 조던링(좌), 최고의 아이템이라 부르던 '할배검' 그랜드파더(중), 윈드포스(우)


서양 쪽에서도 파고들기로 유명한 게임이 있다. 각종 유니크 아이템을 얻기 위해 엔딩을 보고 난 이후에도 몬스터 반복 사냥을 유도했던 <디아블로 2>(2000)다.각2)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디아블로 2를 플레이한 이유는, 엔딩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당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디아블로 2를 플레이한 방식을 보자. 소위 고레벨 플레이어에게 '쩔'을 받으면서 빠르게 엔딩을 보고 카우방이라는 게임 내 비밀 장소에 들어간다. 고레벨 플레이어를 따라서 몬스터 몰이사냥을 몇 번 하고 나면 금세 레벨이 70~80 레벨까지 오른다(최고 레벨은 99). 그다음부터는 가장 사냥의 루트가 빠르고 좋은 아이템을 줄 확률이 높은 액트 3의 보스 메피스토를 끊임없이 반복 사냥한다. 이 행위를 메피스토 앵벌이라고 부른다. 이 앵벌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었고, 이를 현금화하기도 했다.각3) '플레이어에게 죽은 메피스토의 개체 수가 조 단위를 넘어 경에 이를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물론 <바람의 나라>(1996), <리니지>(1998) 등의 MMORPG가 먼저 반복 사냥을 통한 아이템 획득을 주 목표로 삼았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진다면 디아블로 2가 엔딩 이후에도 반복 사냥을 통한 아이템 획득이라는 파고들기 요소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은 조금 모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디아블로 2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외국 시장에도 끼친 영향력,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수많은 MMORPG에서 드러나는 아이템의 목적화에 기여한 사례를 본다면 결코 디아블로 2의 영향력을 좌시할 수는 없다. 디아블로 2의 정해진 내러티브나 엔딩까지의 플레이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디아블로 2가 유명해진 게임은 아니다. 호불호가 갈린다. 다수의 디아블로 2 플레이어들은 단지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한 경우가 대다수다. 아이템의 목적화라는 파고들기 요소로 인해 오래갈 수 있었던 것이다. 2000년 초반 당시에 디아블로 2를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육성 시뮬레이션의 대표 격인 프린세스 메이커 2(1993). 현세대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캐릭터 육성에 영향을 줬다.


파고들기 요소가 기능적 측면에서 이루어진 아이템 위주라면, 감성적·사회적 측면에서 이루어진 아이템의 수집은 육성 시뮬레이션이나 미소녀 게임의 형식을 빌려오는 방식이다.각4) 육성 시뮬레이션과 미소녀 게임 모두 캐릭터를 중요시하거나 멀티 엔딩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다회차를 통해 엔딩을 ‘수집’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전자는 어떻게 캐릭터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깃든 게임이라면, 후자는 캐릭터와의 관계성을 중시한다는 차이점 정도다. 전자의 경우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 빌드 과정을 좀 더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큰 틀에서 보면 육성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롤플레잉 게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장르의 시초라 불리는 <프린세스 메이커(1991)>를 사례로 들어보자.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딸을 키우는 게임이다. 딸의 능력치는 체력, 근력, 지력, 기품, 근성, 피로, 매력, 도덕성, 평가라는 총 9개로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딸에게 주기적으로 교육, 무사수행, 아르바이트와 같은 행동을 하여 특정 능력치를 올려야 하고, 능력치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멀티 엔딩의 요소는 엔딩을 수집 요소로 만들어 일부러 다회차 플레이를 의도한 것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새로 할 때마다 다른 능력치를 올려서 다른 엔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로 게임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2004)(좌),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2015)(우). 미소녀 게임이 현세대 모바일 게임에 영향을 줬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후자의 경우는 명백히 다른 장르다. 갸루 게임, 비주얼 노벨, 에로 게임,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등이 있다. 아닌 게임도 있지만 이 중 대다수는 주인공이 게임 속 히로인과 연인관계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다. 대신 연인이 되는 과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다. 가령 에로 게임 <란스> 시리즈는 주인공이 주인공이 여성과 관계를 맺기 위해 납치나 강간도 서슴지 않는 등 대놓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동급생> 시리즈처럼 게임 내 특정 히로인과 자주 만나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여러 시리즈가 존재한다. 하지만 미소녀 게임인 만큼 큰 게임 내에 여러 명의 히로인이 존재하고, 이들과의 관계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는 멀티 엔딩의 요소 역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가령 <기적의 검>(2019)과 같은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인 시스템의 원류를 따져보면 미소녀 게임이 그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미소녀 게임과 온라인/모바일 게임에는 명확한 관계성이 있다. 다만 연인관계라는 게 아무래도 성(性)적인 관계와 연관 짓기 쉽다는 문제점도 상존한다. “미소녀 게임 소비의 중심은 그것이 광의이든 협의이든 포르노로서의 소비이다.”라고 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가 지적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게임계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게임 캐릭터의 성 상품화가 가장 심각한 장르도 미소녀 게임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와 캐릭터 육성 및 관계 맺기 요소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는 엔딩이 존재치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게임 속 아이템이 정확히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 게임 속 파고들기 요소가 단지 더 좋은 성능의 아이템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영향력을 주었다면, 미소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 육성 및 관계 맺기 요소는 온라인 게임의 스킨, 연애 시스템, 캐릭터 전투력과 직업 시스템 등에 영향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게임 아이템의 목적화가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두 가지 요소와 현 온라인·모바일 게임 간의 연관성을 찾아본다면 게임 아이템의 목적화가 어느 시점에서 출발했는지를 추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위의 두 가지 요소를 갖춘 게임이든, 모바일·온라인 게임이든 간에 엔딩을 보지 않아도(내지는 엔딩을 본 이후에)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나타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두 가지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아이템이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수단에서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이라고 보는 게 무리한 추론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수단으로써의 아이템과 목적으로서의 아이템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결국 게임 아이템은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수단으로써의 아이템’과 ‘목적으로서의 아이템’의 구분이다. 엄밀한 학술적 구분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구분해두는 편이 앞으로의 논의를 진행하기에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되어 미리 구분해놓기로 한다. 수단으로써의 아이템은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아이템을 뜻한다. 목적으로서의 아이템은 게임 아이템 자체가 게임을 하는 목적으로 기능하는 게임이다. 두 아이템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표를 참고하라.


아이템의 2가지 구분


표에서 볼 수 있듯, 수단으로 작용하는 아이템을 알아보는 것은 쉽다. 가령 FPS의 탄약을 보자. 게임의 무대 곳곳에 숨겨진 탄약을 얻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맵을 탐험 하거나, 보급 상자를 열거나 적을 죽인다. FPS 게임에서는 총을 쏴서 적을 물리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한다는 목적이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탄약은 필수 불가결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극히 일부의 게임을 제외하면 맵 전역에서 탄약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탄약을 얻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짧다. 탄약이 수급되면 시각적으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다. 탄약이라는 아이템은 적을 죽인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목적을 이루면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주는 동기는 필요한 순간마다 단발적으로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아이템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를 알아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아이템을 사례로 들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얻기 위해 걸리는 시간의 경우, 단기에서 장기까지 제각각이다. 가령 마을에서 몬스터 몇 마리를 잡아오라는 단순한 퀘스트 하나를 클리어하고 나서 얻는 아이템의 경우, 퀘스트 ‘보상’이므로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얻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짧다. 퀘스트 보상을 받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퀘스트 보상은 퀘스트를 클리어하자마자 바로 얻을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직관적이며, 지속적으로 게임에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레이드 아이템인 “아지노스의 보루 방패”를 보자. 이 아이템은 작은 퀘스트의 보상과 마찬가지로 직관성/지속적 동기/보상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크나큰 차이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이 아이템은 당대 전사들의 종결급 아이템으로서,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본 확장팩의 최고 난이도에 속하는 레이드 던전인 “검은 사원”의 마지막 우두머리인 일리단 스톰레이지를 죽여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레이드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수많은 고급 아이템이 필요하다. 레벨도 당연히 최고 레벨을 달성해야 한다. 입장 퀘스트도 있다. 총 6단계의 검은 사원 입장 퀘스트를 완료해야 하며, 입장 퀘스트를 끝내기 위해서는 불뱀 제단, 폭풍우 요새, 하이잘 산이라는 세 군데의 레이드 던전에 들어가야만 한다. 각 레이드 던전 역시도 각자의 입장 퀘스트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퀘스트는 더욱 늘어난다. 즉 “아지노스의 보루 방패”를 얻기 위해서는 게임 내에서 연계된 퀘스트를 선형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필요한 아이템과 레벨, 그리고 레이드 보스를 공략할 수 있을 만한 실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플레이타임은 못해도 수백 시간에 달한다. 똑같은 목적이자 보상의 개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아이템이 어떤 게임에서 나오는 아이템인지, 같은 게임이더라도 무슨 아이템인지에 따라 아이템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과정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2부에서 계속

(참고문헌은 하나의 챕터가 끝난 후에 한꺼번에 첨부합니다)


각1)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온라인 게임 역시도 메타버스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가령 <울티마 온라인>(1997)과 같은 작품은 20년도 더 전부터 현재의 메타버스와 유사한 개념을 디지털 세상 속에서 구현해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각2) 디아블로 2의 반복 사냥을 파고들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게임 시스템을 파고드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클리어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게임 내에 포함되어 있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 사냥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 파고들기의 정의에 부합하는 행위다.


각3) 아이템의 현금화는 사행성 논란으로 인해 법적인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각4) Ho and Wu(2012)의 분류법이다. Ho and Wu의 연구에 따르면 게임 내 아이템은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해 주는 기능적(Functional) 요소 아이템과, 캐릭터의 외모, 스킨, 옷 등 외적 요소를 장식하는 감성적(Emotional) 요소,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시켜주는 사회적(Social) 요소를 나타내는 아이템으로 나뉜다.


용어설명

쩔 : 온라인 게임에서 고레벨의 유저가 저레벨의 유저와 파티 사냥을 해주거나 괴물을 대신 잡아주는 행위를 뜻한다. 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경우는 말 그대로 버스 기사가 버스에 승객들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에서 유래된 용어다.

앵벌이 : 온라인 게임 등에서 현재 캐릭터가 사용하고 있는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나 기타 비싸게 팔릴 만한 것을 모으는 것을 마련하기 위해서 막일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디아블로 2에서 비롯된 용어다.

다회차 : 같은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FPS : 1인칭 슈팅 게임(First Person Shooter, Shooting Game)을 뜻한다. 게임 속 공간을 게임상 캐릭터의 시점으로 누비며 적을 총과 같은 발사 무기로 공격하는 게임 장르다.

아바타 : 사용자의 분신을 의미하는 인터넷 용어다. TRPG의 PC(Player Character)처럼 자신이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를 아바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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