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싫어하는 모순
내 브런치는 사실 끝낼 생각이었다.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쓰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많았고, 무엇보다 놀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일본 유학을 하면서 조금 지쳤던 거 같다.
일본인 친구와 만나는 게 공부이자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학이 끝나기 5개월 전부터 최대한 많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남은 모든 시간을 일본인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브런치나 유튜브 같은 다른 활동은 잠깐 미뤄두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를 안 게 있는데, 그에 대해서 하나하나 끄적여보려고 한다.
일본에 1년 정도 살게 되고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문제가 많은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 중에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지려는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다.
나는 더 나아지고자 하는 삶을 가진 사람을 사랑한다.
그런데 이 가치관이 나에게 멋지긴 하지만, 진리이자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는 스스로 “이상적인 삶”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인 사람이다.
그래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몸을 관리한다.
어제의 나보다도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 발전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중에서는 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히 한국인 중에서도 많았지만, 외국에 나가면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수준의 매너를 가진 사람이 참 많은데, 그때마다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 자리에 있는 시간이 좀 아까웠다.
그런 시간이 많아진 탓일까.
사람과 만나는 게 더 귀찮아지고 싫어졌다.
쓸데없이 돈을 쓰고, 내 시간을 사용하는 게 싫었다.
물론, 외국인을 만나는 게 공부라는 생각이었으니까 그냥 만났다.
나는 외향인이라 다른 사람과 토론하거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어느 정도 얻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만나서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분명 이건 나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해당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노자의 소국과민”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어느 정도의 가식과 거짓이 들어갔다.
안 좋은 관계를 버리고, 좋은 관계만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만 남기고, 싫어하는 사람은 멀리한다.
적을 만들지는 않되, 아군만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보다는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나는 “진실함”과 “솔직함”을 되게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내 관계를 보면서 너무나 역겹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친한 지인들에게는 솔직하고 진실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거짓되고 가식적인 이야기를 한다.
혹은 말을 아끼거나 말이다.
이걸 누군가는 “사회화가 되어서 좋은 일이다“라는 말을 하겠지만, 나는 이런 게 너무나 싫었다.
내 스스로 중요하다 여기는 가치관과 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탓에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사람을 만나기가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