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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12. 2023

호주에서 홈클리닝?

#나의 아르바이트 5.

스시집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잠시 쉬었다.

역시 무리한 자리를 맡았던 거였다.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출근하지 않는 생활을 하니 좋기도 했지만 슬슬 움직여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때쯤 시드니에 와서 알고 지낸 분이 연락이 왔다. 이민 오신 지 2~3년쯤 되신 부부가 함께 홈클리닝을 하시는데 부인되시는 분이 사정이 생겨 잠시 함께 일할 여자 직원이 필요하다며 내게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오셨다.


홈클리닝? 청소? 집청소?

이런 아르바이트자리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냉큼 해보겠다고 말씀드린다.

홈클리닝 사장님은 미팅을 요구하셨다. 맞다. 아무리 둘이 하는 것이지만 미팅을 하긴 해야지.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사장님을 만나러 가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나? 사장님은 우리나라 사십 대 중반의 직장인 같았다. 예의 있고 깍듯하게 존대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사장님과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3일 함께 일하기로 했다. 아무리 사장님 인상이 좋았어도 이 넓은 이국에서 남자와 둘이 차를 타고 다니는 게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질문을 한다. 사장님이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된 이유, 와서 좋은 점, 아쉬운 점들… 역시 사장님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과장으로 일하셨었다. 갈수록 회사에서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까 걱정, 일에 치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쉬움등의 이유로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되셨다. 이민을 와서 사모님이 하신 말씀이 남편을 다시 찾았다는 말씀이셨다니 얼마나 한국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을까 싶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은 걱정이 사라졌다.


일은 하면서 사장님이 일러주시는 대로 해나가면 되었다. 이 일 너무 좋다!(또 좋다!)

우리는 하루에 두세 집 정도를 사장님 자동차로 이동하며 청소한다. 가는 길마다 가는 곳마다 호주는 참 멋있고 아름답다. 일하러 다니는 게 아니고 호주 부동산 탐방 같다.

집에 도착하면 사장님은 청소기를 돌리며 일을 시작하고 나는 주방청소, 화장실 청소를 차례로 한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꿈은 인테리어디자이너였다.

건물이나 집을 밖에서 보면서 창의 크기나 개수를 보며 집안의 구조를 상상하기도 하고, 내 맘대로 그려보기도 했다. 아빠가 인테리어 목수를 하셨던 영향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어릴 적 너무 좁은 집에서 살던 시절 텔레비전에서 하던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 집도 저렇게 고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면서 상상의 나래를 폈던 영향일 수도 있겠다.


그랬던 내가 호주의 다양한 집들을 공짜로 아니 돈을 받으며 구경하게 된 것이다.

단층의 작은 마당이 있는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집은 단출하지만 깔끔했다. 이 할아버지의 특징은 카라가 있는 티셔츠를 다림질해서 입으셨다는 거다. 그래서 티셔츠를 7개씩 다려야 했다.

이층의 백 야드가 있는 저택도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으리으리했다. 집에 들어서서 주방까지 가면 주방에서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곳에 수영장이 있었다.

주방 크기가 웬만한 집 크기만 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큰 집은 큰 부분만 짚어서 청소해야 한다. 넓은 면이 많아서 닦는 게 대부분의 청소였다.

보통 청소할 때는 집주인이 없는 시간에 가서 청소를 하고 나오기 때문에 사장님이 말씀해 주시는 집주인의 직업이나 취향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집은 시티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집이었다. 밖에서 보기에 이 집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나오는 사라 제시카 파커의 집과 비슷했다. 길에 줄지어 붙어서 지어진 집으로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거실이 나오고 안으로 들어가면 중간에 주방, 주방을 지나가면 거실이 나온다.

처음 작은 거실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방세개와 화장실이 길게 이어져 있다. 이 집은 인도인 부부가 아이와 함께 사는 집이었는데 부부가 모두 의사였다.


집마다 가진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아파트에 살아 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지만 대부분 주택이었다. 그 당시 많이 있었던 빌라에도 살아 본 적이 없다.

획일화되지 않는 집에 살았던 경험이 호주 집을 보면서 더 흥분되었다.

다양한 구조와 집주인에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소품들, 소파, 침대, 의자 하나 화병까지 각자에 집에 잘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움. 너무 멋진 경험의 홈클리닝 아르바이트였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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