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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27. 2023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하얀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날 아침.

우리 가족은 늦잠을 잤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가 늦잠을 자도 일찍 일어나 선물을 확인했을 텐데…

열세 살 큰아이는 이제 산타가 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듯하다.

이제 산타에게

마지막 받는 선물이니 아주 큰 것을 받아야 한다며 얼마 전 우리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작은 아이는 아직 모르는 듯한데 자꾸만 산타가 진짜 직업인지, 어디로 출근을 하는지 등 산타의 현실적인 부분을 물어와 난감하게 한다.


트리 아래 놓여 있는 산타의 선물을 확인하며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한다. 사실 어제까지 성탄의 분위기를 다 느낀 터라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은 차분하기까지 하다.


느지막이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가까운 카페로 산책을 나간다. 오늘은 각자 즐길 것들을 챙겨 가기로 한다.


큰아이는 자리에 앉아 그동안 찍어 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정리한다고 패드를 들고 자리를 잡는다.

둘째는 자신이 챙겨 온 다이어리를 꺼내어 내년 계획을 세우겠단다.

흠… 내년 중학생이 되는 큰 아이가 저 모습이라면 참 좋겠다.. 하지만 내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 절대로…

남편은 연휴 내내 붙들고 있는 회사일을 하고 나는 둘째와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한다.


별것 없이 아이들과 이렇게 마주 앉아 있는 것도 참 평화롭고 좋다.


둘째가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열심히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는다. 한참을 적더니 내게 보여 준다.

새해 계획을 세우겠다던 아이는 먼저 지난 2023년을 돌아봤나 보다.

그리고는 2024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놓았다.

<둘째의 다이어리>


꾹꾹 눌러쓴 다이어리의 계획이 너무 귀엽다.

혼자서 생각하고 계획하는 네가 너무 사랑스럽다.


조금 더 칭찬하려다가 살짝 안으며 귀속말로 칭찬한다. 큰아이가 들으면 자신과 비교한다고 오해할까 봐.


‘그래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요맛에 둘째를 키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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