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있던 눈꺼풀을 열어 현실과 마주했을 때 조금 전 상황이 꿈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밤새 꿈속에서 벌어진 상황은 나를 지치게 했다. 사랑하는 이와의 대치되는 상황에서 많은 이가 등장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감정과 몸짓들은 혼란스러운 생각에 갇히게 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불가항적인 상황에서 울부짖는 자신과 마주한다. 순조로운 전개는 아니었지만, 또 다른 일상을 마주하며 힘겨워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장면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힘겨운 상황에서 서서히 눈을 뜨며 현실로 돌아왔을 때, 습관처럼 휴대전화의 버튼을 눌렸다. 새벽, 네 시 십오 분이다. ‘아, 꿈이구나! 무슨 꿈이지?’ 생각을 거슬러 올라 훑어보아도 꿈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잠시 걱정스러운 감정이 올라온다.
꿈속에 등장하는 그들과의 불쾌한 감정은 현실에서도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부자리를 털듯이, 꿈의 감정들을 털어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켰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다. 또다시 머릿속은 꿈속의 길을 더듬고 있다. 무의식의 세계는 혼돈스러운 꿈의 문턱에서 아른거리며 나를 흔들어 대고 있다.
고개를 저으며 흩어진 정신을 주워 담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잡아끈다. 식탁 위 놓여있던 혈압약을 챙겨 먹는다. 꿈은 꿈일 뿐, 오늘 찾아온 나의 새날을 어떤 감정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창문을 미세하게 열어보았다. 새벽 공기가 참 신선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작은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아직 새벽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욕실로 가서 찬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새벽 시간을 마주하고 서 있다. 오늘도 나에게 펼쳐지는 하루를 감사히 시작해 보려 한다. 그렇게 꿈속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현실의 세계로 걸어 나오는 자신을 바라본다. 꿈길은 점점 멀어지며 조금씩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