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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간 채

-공포

by Sapiens


보이지 않는 가속도로 쏟아지는 파편들. 누군가의 입 속에서 내뱉는 거친 숨소리. 등짝이 오싹해지며 다가오는 어둠의 말들. 거침이 없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소동으로 생사를 가른다.


사이렌 소리가 무색하다. 공포가 공포가 될 수 없는 순간에서 찢겨나가는 나약한 종이조각. 살점은 살이 아니었다. 흩어져 흩날리는 벚꽃도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이었을 텐데.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인데 우리는 서로 다르다며 아우성이었다. 한 가지에 피어나 하나의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흩어져 부서져 내린 그 자리에는 낱낱의 삶의 조각들이 뒹글고 있었다. 무색할 만큼 퇴색하고 지워져 내린 흔적들로 세상이 뿌옇다.


넋이 나간 채 멈칫거린다. 허무함이란 이런 것임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시간은 더디 흘러간다. 가만히 앉아있기라도 하면 시침과 초침의 소리에 매몰되기 시작한다.


두 명의 승무원외 전원 사망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는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제 아침 비행기 사고 기사로 세상이 온통 하얗게 질렀지만 쓰린 하루는 또 그렇게 지나갔다. 비행기 통째로 담을 향해 돌진하듯 그렇게...




※무안공항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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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