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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비의 여행

by Sapiens



그날도 나는 그녀의 숨결을 찾아 날아갔다. 푸른 하늘을 지나 숲이 우거진 길을 통과했다. 그리고 통나무로 지어진 조그만 집 앞에 들어서면 ‘휴~우’ 호흡을 가다듬는다. 매년 이곳에서 만나는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 물론 나도 그녀와 소통하는 일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 때문에 이곳에 찾아온다.


통나무를 가로지르며 그녀의 온기를 느껴본다. 집 밖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잔잔한 소음은 나에게 활기를 채워준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집 창문으로 날아든다. 그녀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여행하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나의 날갯짓하는 소리를 알아차린다.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곤 환하게 미소 짓는다. 아마도 나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먼 길을 오느라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그녀는 창가에 앉아 눈을 감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여름 그녀는 휴가를 이곳에서 나와 함께 보내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 들어가 나는 멋진 날갯짓을 하며 한참 동안 춤을 춘다. 그녀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몸짓 하나로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교감한다는 건 아마도 이런 것, 이라는 생각을 하며 먼 길을 날아온 보람을 느낀다.


그녀와 난 이렇게 매년 여름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다. 그녀와 나만의 묵언의 약속처럼 말하지 않은 일들이 매해 이어지고 있다. 그녀가 나를 반기듯 나는 그녀의 곁을 돌며 지켜본다. 우리의 만남도 어느 날 떠난 여행길에 이루어졌다. 그녀와의 시간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누군가와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도 창가에 기대어 그녀와 나는 하염없이 눈빛을 교환한다.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마음을 읽는다. 그녀는 이곳에서의 나와의 시간이 충전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매일 편안한 차림으로 나를 마주하며 소곤거린다. 그렇게 나도 그녀와의 여행에 동행한다.


그녀와의 시간이 나에게도 일상의 탈출이 되어주고 있었다. 매일 날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광경과 마주하지만, 여름마다 만나는 그녀와의 시간은 내 삶의 긴 여행 중 작은 이벤트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시간은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헤어질 때가 되면 ‘안녕’이라고 날갯짓하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리곤 창공을 비상하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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