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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나무 Oct 08. 2020

파자마 만들어 입기

어렸을 때 십자수가 유행이었다.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재봉틀을 사용해서 만드는 경험은 새로웠다.


캐나다 어머니가 저녁 때마다 입는 파자마 바지를 직접 만들어주셨다.

치수를 재고 그에 맞게 재단을 해서 재봉틀로 뚝딱 만들었다.

신기해서 옆에서 보다가 얼떨결에 재봉틀 앞에 앉게 되었다. 


치수를 재는 것 부터 신기했다.

그리고 재단을 하는 것도.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지만 차근 차근 배우다보니 어렵지는 않았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쁨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함께 들었다.


친구 생일 때 직접 파자마를 만들어 주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생일에 음료 쿠폰을 주거나 돈을 주고 산 것들을 많이 선물했었는데

직접 만든 것을 선물해 주는 것이 굉장히 의미있었다.


그 친구는 말을 좋아해서 갈색 바탕에 말이 그려진 원단을 골랐다. 

따뜻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두껍지도 않고 4계절 내내 포근하게 입을 수 있는 원단을 골랐다.

정말 괜찮은 원단이었다. 

나와 키가 비슷했기 때문에 사이즈는 내 신체 사이즈로 측정했다. 

원단을 자르고 박음질 하고 고무줄을 넣어서 파자마를 완성했다.

선물로 주었을 때 정말 기쁘게 받고 매 저녁마다 입고 잤다고 한다.


재봉틀을 사용해서 만들기 가장 쉬운 것이 바지이다 보니

잠옷 바지만 몇 개를 만들었었다.

그러다 어느날 재봉틀 바늘에 손을 찔렸다.

재봉틀을 다뤄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늘이 위 아래로 두 개가 있다.

아래에 있는 바늘이 위로 올라오면서 손가락을 찌른 것이다.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놀란 게 가장 컸다.

그때 바로 재봉틀을 멈추고 막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캐나다 어머니는 나의 이런 아픔을 조금 달래주다가

진정이 되니 바로 재봉틀 앞에 앉아서 마저 끝내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살짝 야속하기도 하고 난 하기 싫고 무섭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하시는 말씀이 "지금 두려움이 생길 때 바로 해보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재봉틀만 보면 다쳤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는 재봉을 못하겠다는 마을 가질 수도 있다."


이때 배운 인생 철학이 있다. 

실수하거나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면 바로 같은 경험을 해서 두려움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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