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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Dec 02. 2024

존엄

고작 한 살 차이인 오빠인데

삶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둘 다 아기였던 시절

애가 할 수 없는 부분

많이 감당했다


애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온몸 던져 막아내려 애썼다


애어른


물론 

장난기 심해

힘들게 하고 약 올려

속을 뒤집어놓을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이해되는 건

아기시절 기사도 정신이라 해야 할까

절대 지지 않으려는 근성이라 해야 할까


엄마와 동생 지켜낸다

대신 맞는다

겁도 많은데


형편이 어렵던 시절 

오빠만 야구장 데려간 부모님


섭섭했다

속상했다

 

그런데

야구장 데려갔더니

경기장 스타디움 모형들 만들어 냈다

방학 내내 스티로폼으로


좁은 단칸방에서

사포로 갈고 다듬고

집안에 장인이 나오는 줄 알았다

건축가가 줄 알았다


내가 부모였어도

기특해서 뒷받침해 줬을 것 같다


할 수 없는 가운데 헤쳐나갔다

가난해서 양껏 뒷받침 못 받았는데도

장학금을 받든 막노동을 하든

어떻게든 해내던 

오라버니


쓸모없다며 

날 물건취급해

내 인격을 무시해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사회에서 

자신도 그런 취급받고 있나 싶어

안타깝다


산업화로 

급성장한 사회이기에


사람도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씁쓸하다

인간도 물건취급 

기계 부속품 중 하나로 여겨


언제든

'넌 해고될 수 있어!'

대놓고 말하는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

허무함을 주는 사회


우린 기계가 아닌 사람인데

존엄한 한 인격체인데


인격체들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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