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한마디가 하루를 바꾼다

by 힐링다방

나는 MBTI로 ENTJ다.

아주 외향적이고 목표지향형이다.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다음 날이면 금세 잊어버리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달라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긍정적인 날이 많지 않다.


퇴직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나는 일부러 주변과의 연락을 줄였다.

몇몇 파트너사와 가까운 친구 몇 명만 알고 있을 뿐이다.


퇴직 후의 아침은 유난히 느리다.

예전 같으면 메일과 전화가 쏟아질 시간인데,

이젠 알람 소리 하나 울리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나면,

남은 건 창밖의 바람 소리와 시계 초침뿐이다.

그 조용함이 처음엔 휴식 같았지만,

어느새 ‘세상과 단절된 기분’으로 다가왔다.

어떤 날은 광고성 전화조차 반가울 때가 있다.


퇴직 전, 우연히 읽은 책이 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대학 시절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이 책의 핵심은 “인생은 혼자다.

쓸데없는 인간관계 확장에 에너지 쓰지 말라.”였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삶의 일부인 한국 사회에서는

이 말이 온전히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고요함이 길어지면 생각은 점점 자신을 향한다.

그리고 그 끝엔 늘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기다린다.

그래서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말, 눈빛, 목소리를 통해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것 같다.


요즘 내가 가장 자주 통화하는 사람은

작년 말 갑자기 퇴직했던 친구이자 후배다.

그는 한동안 힘들어했지만

다행히 올해 상반기에 다시 취업했다.


그가 힘들어할 때 내가 가끔 건넸던 안부 전화,

그 한 통이 아마 그에게 작은 위로였을 것이다.

이제는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요즘은 좀 괜찮아요?”라고 묻는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또 하나 고마운 사람들은

예전 파트너사에 있는 30대 후반의 동생들이다.

한 달에 한 번쯤 함께 술 한잔 하며

서로의 고생담을 웃으며 나눈다.

때로는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공개된 채용 정보를 공유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예전 회사의 두 명의 동료.

한 명은 언제나 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한 명은 조용히 나를 위해 기도해 준다.


물론 모든 말이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다.

어떤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나이에 무슨 재취업이야. 현실적으로 포기하고 다른 걸 찾아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다시 재기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요즘은 그저 고요함 속에서

한 사람의 전화 한 통,

따뜻한 메시지 한 줄이

그날의 기분을 바꾸는 걸 느낀다.


앞으로는 주변의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사람 사이의 소통은 결국,

한마디의 긍정적인 말에서 시작된다.


언젠가 다시 나에게도 새로운 하루가 열리겠지.

그때가 오면,

나는 지금의 이 고요한 시간 덕분에

조금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