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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주물 냄비와 너무 쉬운 무수분 수육

사자구의 의식주 11편

by 사자구 Aug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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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주방 용품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주물 냄비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용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요리에서 탁월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여러 개 사용하고 있다. 예쁜 색감에 반해 스타우브라는 브랜드를 선택했다. 이 냄비는 손이 정말 많이 간다. 처음 사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시즈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오일을 바르고 저온에서 가열한 뒤 키친타월로 닦아 내면 된다. 사용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시즈닝을 해주는 것이 냄비에 좋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단점이 있다. 무게가 무겁고, 손잡이가 같이 가열되어서 꼭 손잡이 홀더를 활용해야 한다. 사용 시 낮은 온도에서 5분간 예열을 해주어야 하며, 갑작스러운 고온은 냄비가 손상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사용 후 세척 전에 열을 충분히 식혀줄 것을 권장하고, 따뜻한 물과 스펀지, 베이킹 소다 등을 활용해서 세척하는 것이 좋다.


  이런 번거러운 관리법과 단점을 버티게 해주는  바로 요리의 결과물이다. 가장 좋아하는 조리법은 무수분 수육이다. 수육이라고 하면 보통 물에 잡내를 제거하는 커피, 한약재 등을 넣어서 삶아 먹는 방식이 흔하다. 그러나 주물 냄비가 있으면 무수분 수육을 맛볼  있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몹시 간단하다.


1. 돼지고기 수육용 800g (2인분)과 소주 반컵 정도의 생수를 넣는다.

2. 아주 약한 불로 1시간에서 1시간 20분정도 그냥 둔다.

3. 꺼내서 맛있게 먹는다.


 익지 않을 것 같지만 아주 잘 익는다. 대신 꼭 주물 냄비와 같이 열이 보존되는 냄비를 사용해야 한다. 1시간 쯤 지났을 때 살짝 꺼내서 잘라보면 익힘 정도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신선한 돼지고기와 주물 냄비만 있으면 1시간 후에 수육을 먹을 수 있다. 시간만 더 걸릴 뿐 라면보다 더 만들기 쉽다고 느껴진다. 물론 상추도 씻고, 마늘도 썰고, 새우 젓갈도 꺼내 놓는 등 기타 준비가 필요하긴 하다.


  방식의 가장  장점은 촉촉한 돼지고기 수육을 맛볼  있는 것이다. 커피나 한약재 등 추가 재료 없이도 잡내가 나지 않아서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있어서 좋다. 내가 요리를 한다기 보다는 주물 냄비가 요리를 해주는 느낌이다. 물론 주물 냄비 관리는 내가 열심히 해야하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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