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구의 의식주 11편
남편과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주방 용품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주물 냄비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용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요리에서 탁월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여러 개 사용하고 있다. 예쁜 색감에 반해 스타우브라는 브랜드를 선택했다. 이 냄비는 손이 정말 많이 간다. 처음 사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시즈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오일을 바르고 저온에서 가열한 뒤 키친타월로 닦아 내면 된다. 사용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시즈닝을 해주는 것이 냄비에 좋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단점이 있다. 무게가 무겁고, 손잡이가 같이 가열되어서 꼭 손잡이 홀더를 활용해야 한다. 사용 시 낮은 온도에서 5분간 예열을 해주어야 하며, 갑작스러운 고온은 냄비가 손상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사용 후 세척 전에 열을 충분히 식혀줄 것을 권장하고, 따뜻한 물과 스펀지, 베이킹 소다 등을 활용해서 세척하는 것이 좋다.
이런 번거러운 관리법과 단점을 버티게 해주는 건 바로 요리의 결과물이다. 가장 좋아하는 조리법은 무수분 수육이다. 수육이라고 하면 보통 물에 잡내를 제거하는 커피, 한약재 등을 넣어서 삶아 먹는 방식이 흔하다. 그러나 주물 냄비가 있으면 무수분 수육을 맛볼 수 있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몹시 간단하다.
1. 돼지고기 수육용 800g (2인분)과 소주 반컵 정도의 생수를 넣는다.
2. 아주 약한 불로 1시간에서 1시간 20분정도 그냥 둔다.
3. 꺼내서 맛있게 먹는다.
익지 않을 것 같지만 아주 잘 익는다. 대신 꼭 주물 냄비와 같이 열이 보존되는 냄비를 사용해야 한다. 1시간 쯤 지났을 때 살짝 꺼내서 잘라보면 익힘 정도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신선한 돼지고기와 주물 냄비만 있으면 1시간 후에 수육을 먹을 수 있다. 시간만 더 걸릴 뿐 라면보다 더 만들기 쉽다고 느껴진다. 물론 상추도 씻고, 마늘도 썰고, 새우 젓갈도 꺼내 놓는 등 기타 준비가 필요하긴 하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촉촉한 돼지고기 수육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커피나 한약재 등 추가 재료 없이도 잡내가 나지 않아서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요리를 한다기 보다는 주물 냄비가 요리를 해주는 느낌이다. 물론 주물 냄비 관리는 내가 열심히 해야하지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