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우킴 Mar 19. 2021

두툼한 계란말이 만들기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과연 남매가 매일 등교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학교에서 보낸 알림을 읽어보았지만, 서로 다른 요일에 등교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온라인 수업을 받지 않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마스크를 써도 괜찮으니 친구들과 부대끼며 놀고 싶어 하고, 영혼 없는 영상을 멍하니 쳐다보는 대신 선생님 눈을 마주치며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어제는 둘째가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온라인 수업하는 것을 지켜보며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도어락을 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첫째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무거운 가방 때문에 어깨는 축 처져 있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두 눈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딸, 학교 잘 다녀왔어?"

"응. 엄마 나 배고파.”

"오늘 급식 안 먹었어?”

“먹긴 먹었는데.. 많이 못 먹었어.”


급식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입맛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19가 찾아오기 전에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점심을 맛있게 먹곤 했지만 이제는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불필요한 말은 삼가며 밥만 먹어야 하니 점심시간이 즐거울 리가 없다. 배고파하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뭐 먹고 싶어?"

"음... 밥하고 계란말이!”


나를 닮아 계란을 좋아하는 딸. 그러고 보면 반찬 없을 때 계란말이처럼 휘리릭 만들 수 있는 효자 반찬도 없는 것 같다.


냉장고에서 계란 5개를 꺼냈다. 믹싱 볼에 계란을 하나씩 깨트려 담고 소금을 뿌렸다. 맛술도 한 숟가락 넣고 당근과 파를 잘게 다져 넣었다. 노른자와 흰 자가 잘 섞일 때까지 젓고 또 저었다. 프라이팬을 달군 후 식용유를 부어 키친타월로 한번 닦아냈다. 계란물을 부으니 칙 소리가 나면서 서서히 익기 시작한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금세 지단이 되므로,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았다.


계란말이를 만들 때는 느긋한 마음이 필요하다. 달군 프라이팬에 계란물을 나누어 붓고 돌돌 마는 것을 몇 차례 반복해야 백종원 선생님이 만든 계란말이 모양이 나온다. 요리조리 살피며 어디 튀어나온 부분은 없는지 관찰하고 다듬어야 비로소 두툼한 계란말이가 태어난다. 꼭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계란말이를 썰 때 속이 꽉 차 반들반들한 단면이 보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계란5개를 깨트린 뒤 알끈이 없도록 잘 풀어준다. 맛술1큰술, 후추, 소금 한꼬집, 다진 당근2큰술, 다진파 2큰술을 넣어 잘 섞어준다.


약불로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윗면이 반 정도 익으면 돌돌 말아준다. 계란물을 3회정도 나누어 부어준다.


무조건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계란말이를 만들 때만큼은 속도를 낮추려고 노력한다. 출렁거리던 계란물이 어느새 부드럽고 포근하게 모양을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적당히 긴장되면서도 설렌다. 속도에만 치우쳐 겉으로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속까지 겹겹이 잘 익힐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부려본다.


잘 익은 계란말이를 접시에 담아 딸에게 건네주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다시 힘을 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정엄마가 만들어 주던 시금치무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