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과연 우리 가게에서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거짓 계좌이체' 기사들과 '돈 안 내고 도망가는 손님들' 기사들을 볼 때마다 왠지 나도 당할까봐 유심히 보곤 하였다.
계좌이체하는 것처럼 해놓고 안 보내는 사람, 만 원 단위인데 0을 안 붙이고 몇 원만 보낸다거나 받는 사람 이름에 금액을 쓰거나 아니면 아예 돈 안 내고 도망가는 요샛말로 '먹튀'들까지 너무 많은 사건들이 쏟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며 처음으로 먹튀를 당한 건 천안에서였다.
바쁜 주말의 점심시간, 계산을 하기 위해 손님들이 우르르 나올 때면 어느 테이블에서 오셨는지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계산하는 손님들 뒤로 먼저 나가는 일행들, 새로 들어오는 손님들까지 카운터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계산을 하느라 정신도 없을 때였다.
어느 정도 계산 손님들이 빠지고 홀을 둘러보니 삼선짬뽕을 드셨던 남성 두 분 테이블에 빈 그릇만 놓여있고 손님들은 사라져 있었다.
홀 직원들도 바빠서 손님이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 하여 cctv를 돌려보았다.
한 분이 먼저 나가고 다른 분이 나중에 나가셨는데 '일행이 계산하겠지' 혹은 '계산했겠지' 생각하고 나간 건지 아니면 작정하고 따로 나간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서로 나간 후에 계산에 대한 얘기는 한 번쯤 했을 테고 그럼 아무도 계산하지 않고 나왔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걸 알고도 계산하러 일부러 다시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아저씨들이 왜 그러실까, 이걸 신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처음 당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냥 실수였을 거라 생각하자며 지나갔다.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 후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 우리 가게에는 정직하신 분들만 오는구나, 뉴스에 나오는 일을 당하신 분들은 정말 억울하겠다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영원히 '먹튀'라는 사건이 일어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로 온 이곳에서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몇 날 며칠 점심 먹으러 오는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다.
매번 분할 결제를 하여 누구는 카드, 누구는 현금, 누구는 계좌이체를 하였다.
한 번은 계산할 때 바빠서 이체가 됐는지 확인 못하고 계좌번호만 주고 자리를 떴다. 학생들이 자주 오기도 하였고 그전에는 매번 이체된 걸 확인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보냈을 거라 생각하였는데 영업종료 후 마감할 때 보니 이체 내역이 없었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머리가 띵하면서 '나도 당한 건가?'싶은 마음이 들었다.
돈을 못 받았다는 생각보다 같이 일하는 언니와 그 학생들 보며 아이들이 인사성도 밝고 착하다고 서비스도 주고 예쁘다 생각하였는데 배신감이 크게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닐 거다, 마지막에 확인을 눌렀다고 생각했을 거다' 직원 언니와 둘이서 심각하게 이야기하다 내일 오는 거 보면 알 수 있겠지 싶어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아이들을 믿어보자 생각하였다.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정말 반갑게도 학생들이 다시 와주었다.
상황을 얘기하니 계좌이체한다던 친구가 정말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다행이었다. 그 친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어서.
예쁜 학생들이 거짓말한 게 아니라니 정말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뉴스에 나오는 거짓말로 계좌이체 하는 아이들은 극히 일부분일 거고 여기 동네에는 그런 아이들 없구나'라고 안심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방심한 마음이 문제가 되었다.
그 사건 이후 한 달 뒤 십 대 후반의 남학생 두 명이 식사를 하고 나가며 실제로 거짓 계좌이체를 한 것이다.
계좌이체 화면을 쓰윽 보여주고 바로 나가버리는데 무언가 화면이 이상한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
이체 문자도 바로 안 오기에 뒤따라 내려갔더니 이미 학생들은 사라진 뒤였다.
밥 먹으면서 무언가 요청할 때마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착해 보이던 친구들이 배신을 때리다니 확 열이 받았다.
금액이야 크지 않았지만 어린아이들이 벌써부터 몹쓸 짓을 하고 다니기에 경찰에 신고를 할까 고민하였는데 남편이 그냥 두자고 하여 참았다.
그런데 그 후로 몇 주 뒤 그 학생들 중 한 명이 다른 친구들과 또 방문하였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였는데 계산할 때 역시나 계좌이체 한다 해놓고는 확인도 안 됐는데 바로 나가버리기에 맞구나 싶어 바로 뒤쫓아 내려갔다.
이체가 안되었다 하니 통장에 돈이 없어 예약이체가 된 것 같다, 일행들도 카드에 돈이 없으니 다른 결제할 방법이 없다 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길래 남편을 불렀다.
남편은 다 필요 없고 지인들한테라도 빌려서 지금 당장 이체하고 가라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믿을 수가 없다 큰소리를 냈다.
이 당돌한 학생들은 지금 화내시는 거냐며 기분 나빠하기까지 하며 뻔뻔한 자세를 계속 취하더니 우리가 그냥 보내줄 것 같지 않자 셋이서 머리 맞대고 회의를 시작하였다.
결국엔 전번에도 왔던 학생이 올라가 카드로 결제를 하였다. 돈이 있으면서도 결제 안 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애들이 아닌 것 같았다.
처음에 어린 학생들이라고 참지 말고 신고를 했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들은 분명 다른 식당에 가서도 피해를 입힐 것이며 무엇보다 자신들이 하는 짓이 해서는 안될 범죄라는 걸 깨달아야 할 텐데 우리처럼 적은 금액이니깐, 그냥 어린애들이니깐 넘기는 식당들이 있으니 저리도 뻔뻔해지고 반복해서 저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처음 뉴스에서 이런 학생들의 먹튀기사를 봤을 때 정말 못되고 누가 봐도 심술궂게 생긴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할 거라 생각했다.
근데 막상 당해보니 이 학생들은 들어올 때는 "안녕하세요", 식사 중에도 "감사합니다" 인사 잘하는 착해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결국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 모습이 어른들을 속이기 위한 거짓연기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더 화가 나고 어린아이들이 왜 이러고 사는 건지 속상하기도 하였다.
'먹튀'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당하는 사장님들, 택시기사님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상처를 주는 행동인지 모른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며 어리다고, 금액이 적다고 봐주지 말고 제대로 알려주어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해야 할 행동임을 나도 이번일을 통해 깨달았고 다시는 우리 가게에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