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손님들 무엇이 필요할까요?
작은 것 하나부터 바꿔보아요.
우리가 서울에서 장사를 할 때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맹학교가 있었고 천안에서 가게를 할 때도 근처에 장애인 체육 회관이 있었다.
그래서 가게를 운영하며 장애가 있는 손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장애를 가졌다 하면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란 잘못된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손님들을 만나보니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아니신 분들도 많았다.
신체의 일부분만 불편하신 분들은 대부분 비장애인과 같이 전혀 도움이 필요 없으신 경우가 많았다. 시각장애인 분들도 길 안내 음성을 듣고 2층에 있던 우리 식당까지 잘 찾아오셔서 식사도 도움 없이 드시고 가시기도 하였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장애인 분들은 무조건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광주에서 가게를 할 때였는데 아침 일찍 복지 회관에서 선생님들이 장애인 여덟 분과 방문하셨다. 들어오시면서 지체장애가 약간 있는 분이 계신데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아무래도 지체장애가 있는 분들 중 눈길을 끄는 행동을 하거나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으셔서 식사 도중 싫어하는 내색을 하는 손님들 때문에 먼저 물어보신 것 같다.
당연히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의견을 묻고 식당에 들어오신다는 점이 한편으론 씁쓸하게 느껴졌다.
많이들 인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지체장애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피해를 줄 것이다'라고 생각하거나 비장애인에 비해 불쌍하다, 답답하다는 생각을 가진 잘못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많기에 식당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이 장애를 가진 분들에겐 더 어려운 일로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일을 하며 내가 만났던 장애를 가진 손님들 중 주변 손님에게 피해를 입힐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분은 없었다.
한 번씩 큰 소리를 내거나 반복된 행동들을 하실 뿐이었고 보호자분이 옆에서 바로 제지를 해주시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식사를 하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탕수육 주세요"란 말을 반복하여 말하면서도 자리에서 잘 기다리던 장애를 가진 어린 손님, 식사 도중 계속 반복되는 행동을 하던 친구도 가게에 들어왔을 때 나랑 눈 마주치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잘하던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친구들 옆에서 "그렇게 하면 안 돼"라며 계속해서 알려주고 혼자서 잘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때면 저분들의 노력과 더불어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 없이 어울려 잘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이곳에서도 가끔 들리시는 시각장애인 손님이 계시다.
비록 앞은 보이지 않으시지만 내 목소리를 듣고는 '새로 온 분이 인상이 좋으실 것 같다'라고 얘기도 해주시고 음식도 맛있다며 잘 드시고 가신다.
이 손님을 뵈면서 예전일이 생각났다.
천안에 있을 때 시[市]에서 규모가 큰 식당 몇 군데를 선정하여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해 무료로 가게의 메뉴판을 점자책으로 만들어 준다고 우리 가게에 하겠냐고 문의를 주신 적이 있다. 그 당시 우리 가게에 방문하는 장애인 분들은 대부분 신체가 불편하신 분들이라 점자 메뉴판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거절했었는데 그때 안내를 해주셨던 직원분이 말씀하셨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래도 가끔이라도 오실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해 마련해 두면 좋지 않으시겠냐고'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거절했었는데 이제와 보니 나의 생각이 틀렸었구나 싶다.
시각장애인 분들은 메뉴판의 메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없을 때는 직원에게 물어서 음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많은 메뉴를 다 말해드릴 수는 없으니 몇 가지 중에서 선택하실 거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한 일들을 하지 못하실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고 그때 점자메뉴판이 생각나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시각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게다 반성하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건강할 때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어디 한 군데라도 다치거나 아프게 되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
이렇듯 사람들은 보통 내가 겪어봐야 비로소 이해하고 깨닫는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우리 사회를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우리에게 잘 와닿지 않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장애인들을 향한 시선, 작은 배려 하나부터 조금씩 바뀌어 간다면 그분들도 불편한 시선 없이 조금은 편안히 들어와 식사하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씩 변하다 보면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살아가기에 불편하지 않은 나라로 바뀌지 않을까 싶기에 우리 모두 조금씩 노력하는 사회인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