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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Oct 27. 2023

돌아와,우리의 일상으로

입원 첫 날

검은 밤이 지났다.

날이 밝는구나.




남편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심장통증이 원인이었다.

웅크리고 괴로워하는 그를 더 빨리 발견했어야했다.

이날따라,

하필 나는 약속이 있었을까.

하필 나는 귀가길에 머리를 하러 갔을까.

하필 나는 식당에 들러 음식포장을 기다렸을까.


난 왜 더 침착하게 차근차근 서두르지 못했을까.


너를 발견하고, 네 상태를 알아채고 119를 불렀다.

네 커다란 슬리퍼 두 짝만 멍하니 들고서 구급차에서 병원응급실로 들어가는 너를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들을 이해해 보려  애썼다. 


겪어보지 못한 공포심을 느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을 바로 가까이까지 생각해야했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서로'가 그리웠다.

응급실 안쪽으로 정신없이 사라져간 그.

하염없이 환자 응급처치 단계 상태를 알리는 전광판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집에 홀로 와 무서움을 견디고 있을 어리둥절할 아이가 걱정되었다.

의젓하게 제 할 일 하며, 울지 않는 척 하는 아이가 안쓰럽고 대견했다. 미안했다.

늦어지는 일정에 아이를 병원으로 불러 곁에 두었다.

혼자보다 붙어있는게 나으니까...

아이가 의연함을 가장하는게,묵묵히 참아내는게, 서른이나 더 어른인 나보다 훨씬 나았다. 가슴 아팠다.


그의 밤 사이가 무사히 흘렀기를,그리고 새로 열린 오늘도 무탈한 결과를 가져다주기를,

그리하여 그를, 우리 둘의 품에  하루빨리 평범의 날들 안으로 데려다 놓아주기를.


모든 것이 나의  말,나의 행동 그 어딘가의 죄에서 기인한 것 같아 죄스럽다.

모든 것이 나와의 인과관계에서 흘러 뻗치는 나비효과 같은게 아니었을까 하는 섬뜩함에 괴롭다.


잘못했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허겁지겁 이것저것 하늘에 기도 드려보았다.


왜 내게 이런 일들이 요즘 연달아 쏟아지는지 원망가득 설움도 차오른다.

흔든 김에 더 흔들어대는 것 처럼,나는 여기저기에 팔다리를 잡혀 마구 흔들려지고 있다.어지럽다. 어찌할 바 모르겠다.


그가 보고싶다.

너는 지금 안녕한거지? 묻고싶고 따뜻한 그 손 잡고 싶다.

이런저런 수다 주고 받으며, 다른 날의 평범한 저녁처럼 너의 손을 잡고 한강변에서 걷고 싶다.


빨리 돌아와.

원래의 너로.

우리의 원래 일상으로.

늘 있던 너의 자리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글 쓰며 흐트러진 정신 주워 챙기는 것 밖에 없어.

나는 아이의 일상을 지켜줘야 할 '부모'의 반쪽, '엄마'니까.

울지않고 단단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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