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열었다 바로 닫는다.
옷들이 숨도 못 쉴만큼 빽빽히 걸린 옷장에
지금, 내가 입어 이쁠 옷이 하나 없다.
투실투실해진 몸뚱이는 내 게으름의 부끄러운 증명이다.
9월의 시작을 바로 앞두고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1주일째 깁스생활하며 집안에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지내고 있다. 제대로 운동해서 살도
빼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화시키고,근육도 붙이려던 나의 계획들이 이렇게 강제로 중단된 상태이다. 평소엔 그리도 귀차니즘이 발동하더니만 지금은 바깥에 나가 한강변을 숨차게 뛰고 싶고, 스쿼시 연습도 매일 꼬박꼬박 나가고 싶고, 매달 사용료 낭비하며 코빼기도 안 내밀던 지하의 커뮤니티센터도 화장실 들르듯 수시로 들르고 싶다.
집에 박제된 움직임 없는 생활은 단 1주만에 나의 살들을 무지하게 찌웠다. 소파에 ,의자에 ,침대에 의지한 생활, 그리고 오히려 원래보다 더 빠짐없이 챙겨 먹게 된 끼니와 보통은 먹지않던 간식까지 꼬박꼬박 먹는다. 그러다보니 거울 속엔 어느 순간, 그야말로 "누구세요?"가 있는 것이다.
아침마다 세수 하고 앉은 거울 앞에서 건너편 여자에게 차갑게 쏘아붙이는 건 완전자동화 되었다.
"어머! 꼴 보기싫어!"
어제는 반말모드로 하는게 자연스럽다는 sns 에서 49세의 운동녀를 보았다.
브라탑,레깅스를 입고 등근육 운동을 보여주는 그녀! 당장에 대회출전해도 될 것 같이 날씬하고도 탄탄한 건강미를 목도하고 나니 ,나는 순식간 좌절모드다. 저렇게 꾸준히 제 몸 위해 부지런해야 하는게 당연한 나이가 되었는데 난 부상 핑계로 내 몸을 학대하고 있었던건 아닌가.
아니 이전에도 겨우 깨작대는 운동으로 시늉만 내고 있었단 걸 깨닫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해. 늘어가는 질병들과 약으로 타협하려 했던 것에.
자유로운 운동 가능상태로 회복되기까지 아직 권고받은 여러 주가 더 남아있다.
건강한 식단과 앉아서 할 수 있는 현재 가능한 운동들을 시작해보려 한다.
운동을 하지 못할 이유, 운동을 미룰 수 있는 그 어떤 정당한 사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