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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심상으로 날다

by HeySu Mar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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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에 덕지덕지 묻은 것들의 무게가 버거워서 걷고 또 걷던 때가 있었다. 흐린 날은 얼굴도 잿빛의 무표정이 되어, 맑은 날은 푸르름이 사무쳐서, 바람이 부는 날은 마음이 스산해서 걸었다. 한강 변을 걷다 보면 무리가 아닌 새의 비행을 보게 되는 날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부러 하늘을 자주 보지 않아서였는지, 이 서울 한복판의 하늘에서는 새가 좀처럼 날지 않는 것인지, 그걸 보는 마음은 낯설었던 것 같다.

혼자 활공하는 새를 보고 있자면, 그 혈혈단신이 부럽기도 하다가 이내 저 새가 외롭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염려로 이어지고, 그들이 행여 고단하지는 않은지 쓸데없이 ‘새 걱정’이나 하고 있기도 했다. 


 지난 월요일, 영어로 토크를 나누는 모임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 있었다. 동물로 태어난다면 어떠한 것으로 태어나고 싶냐고. 스스럼없이 그 답변으로 새를 꼽았다. 높이 높이 올라가 날개를 쫘악 펴고 높낮이가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 확장된 공간을 내려다보고 싶다고. 유유자적 그리 날다가 활강하며 속도를 내는 짜릿함도 느껴보고 싶다고. 단 무리 지은 새가 아니라 그때만큼은 혼자인 새로 날고 싶다 말했다. 자유로움 속에서 헛헛함을 느끼고픈 마음이었달까. 


 관계 속에 머무르고 싶다가도 이내 공간의 공기가 다 소모되어 숨이 막혀올 때처럼, 숨을 몰아쉬어야 할 순간이 오면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싶었던 마음과도 같았다. 

문 하나만 열면 바깥의 시원한 공기를 크게 한숨 들이킬 수 있을 텐데, 열로 벌게진 속을 찬 숨으로 식혀 진정시켜줄 수 있을것만 같았던 시간을 보냈다. 

타고 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새의 시선으로 저 위에 오르면 그저 평화로워질 것만 같았다. 뾰족뾰족 날 선 것도 없이 모든 것이 평평하게 보일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밤하늘을 날면 각자의 사연을 숨긴 채 반짝반짝하게 그저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이 저 아래 수두룩할 텐데. 그렇게 새의 심상으로 날고 싶다 상상했다.


 하지만 저들의 세계도, 저들의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가려면 그러한 것이니까. 

무리에서의 한 마리가 치러야 할 몫이 있는 것처럼 사람 사는 모양과 같이 매한가지일 것이다. 제 몫을 다하며 산다는 것이 어디 인간만의 일이겠는가. 태어나 날개를 펴 벼랑에서 날기를 시작하는 두려움을 이겨야 하는 일도, 제가 먹을 먹거리 마련하는 일도, 자기 새끼를 거두어 먹이는 일도, 그 새끼를 독립시키는 것도. 하나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누구는 새 걱정이나 하고 자빠졌다 흉을 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그들의 안위까지가 걱정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어제는 잔뜩 흐려 걱정이 많았다. 다들 어디로 가 있을까 싶어서.

오늘은 붉게 지는 노을이 보여서 다행이다. 저 아름다운 하늘을 활강할 새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분명 저들도 아름다움 속을 나는 일만큼은 행복할 테니까 말이다.     


 오늘도 결국 글 쓰다가 새 걱정이나 하고. 누군가는 이런 내가 팔자 좋다고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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