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팔공의 문

뜨거웠던 발바닥

by 정이안 Dec 16. 2024
아래로

팔공의 문




알몸으로 나왔던 문이 들어가는 문일 때

돌아갈 발바닥이 뜨겁다

 

팔공산 가산산성에 오기까지 수종 다른 나무들

 

바람의 문을 몇 개나 밀고 들어와

저 나름의 둥지를 틀게 된 건지

숲도 알고 보면 군락의 싸움

 

철커덕거리는 기계소리에 어지럽던 귀들이

식탁 위에 놓인 물고기 비늘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을 부른다

 

또 다른 문턱인 한티성지에서

웃음과 울음이 번갈아 교차한 뒤에야

오롯이 헐거워지는 검은 문

 

아침을 열고 나온 까마귀 몇 마리가

서리 내린 산성의 검은 문 앞에서

뜨거웠던 발바닥을 문지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긍정을 삼키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