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의 문
알몸으로 나왔던 문이 들어가는 문일 때
돌아갈 발바닥이 뜨겁다
팔공산 가산산성에 오기까지 수종 다른 나무들
바람의 문을 몇 개나 밀고 들어와
저 나름의 둥지를 틀게 된 건지
숲도 알고 보면 군락의 싸움
철커덕거리는 기계소리에 어지럽던 귀들이
식탁 위에 놓인 물고기 비늘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을 부른다
또 다른 문턱인 한티성지에서
웃음과 울음이 번갈아 교차한 뒤에야
오롯이 헐거워지는 검은 문
아침을 열고 나온 까마귀 몇 마리가
서리 내린 산성의 검은 문 앞에서
뜨거웠던 발바닥을 문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