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만 해도 서른 중반이 되어 혼자 사는 남성은 분명히 ‘노총각’이었다.
당시 노총각의 이미지는 참 처참했다. 사회성 떨어지고, 돈 없고, 머리는 부스스하고, 집은 더럽고, 라면만 먹는 이미지. 어느 부모가 봐도 걱정되는 아들의 모습이다. 저런 상황이 진짜라면 아들을 보쌈해서라도 장가보내고 싶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진짜일까?
혹은,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도 유효할까?
내 답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지금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과거의 노총각과는 완전히 다른 종(種)이다.
우선, 밥을 굶지 않는다. 편의점엔 혼자 먹기 좋은 식사가 넘쳐나고, 배달 앱을 열면 30분 안에 어떤 음식도 (심지어 미슐랭 식당음식도!) 집 앞까지 온다. 요리를 해보고자 유튜브를 켜면 레시피가 무한히 쏟아진다.
방에는 게으름을 모르는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쓸고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는 날씨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가끔이라도 청소 대행 서비스를 부르면 전문가가 집을 새것처럼 만들어준다.
외로움? 모르겠다.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책, 취미 생활. 혼자서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연락하면 되고, 만나기 싫으면 안 만나면 된다. 선택의 자유가 있다.
무엇보다 결혼하지 않으면 (인생의 가장 큰 숙제인) 재정적 걱정이 줄어든다.
결혼 비용, 육아 비용, 집 장만 비용. 그 무거운 짐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 돈으로 나는 여행도 가고, 취미에 투자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물론 1인 가구 페널티는 존재한다.
혼자 먹기엔 비싸고, 혼자 살기엔 집값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연말정산, 가족공제도 없는 삶이다.
하지만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이 정도면 염가로 즐기는 자유다.
겉보기 또한 중요하다.
요즘 우리들은 오히려 자기 관리에 더 신경 쓴다. 누가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스스로를 챙긴다.
운동하고, 건강검진받고, 옷도 신경 써서 입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것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성숙한 어른의 의무다. 새로운 가족에게 쓸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내게 쓰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아직 세상에 남은 ‘노총각’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역시 혼자 사니까…”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투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치 없는 사람들은 묻는다.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
“밥은 잘 챙겨 먹어?”
마치 이제 막 상경한 대학생에게 묻듯, 혼자 사는 사람을 평생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한다.
결혼해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너는 정말 외롭지 않아?”
재미있는 건, 예로부터 노처녀보다 노총각의 이미지가 훨씬 나빴다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골드미스’, ‘커리어우먼’ 같은 포장 용어라도 있었다. 독신 여성을 위한 그럴듯한 이름들.
그런데 남성은? 골드미스터? 커리어맨? 그런 말이 있는가?
없다. 그저 노총각뿐이었다.
성공했든 안 했든, 능력이 있든 없든,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그냥 ‘노총각’이었다.
이제 노총각이라는 말은 유효하지 않다.
아니, 총각이라는 말 자체를 거부한다.
총각, 처녀 이 모든 단어는 결혼을 기준으로 사람을 나눈다.
결혼만이 인생의 중심인 것처럼.
하지만 인생의 중심은 결혼이 아니다. 나 자신이다.
그저 나를 학생으로 불러주면 좋겠다.
삶을 더 공부하는 학생.
인생을 체험 중인 학생.
이번 생, 스스로 젊음과 늙음을 직시하는 인간자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