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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02. 2024

초록의 시간 879 새콤바삭 그녀에게

커피 친구 감귤칩

겨울이 제철인 감귤들이 지천인데

싱싱 탱글한 감귤을 앞에 두고

왜 하필 감귤칩이냐 물으신다면

이유는 없어요

그냥 맛이 궁금해서~


보름쯤을 내리 금식에

한 달쯤 부드러운 하얀 맛 한정

그리고 한 계절을 내내

빨간 맛과 거리를 두던 그 무렵

잔머리 요리조리 굴려가며

진지하 생각한 게 있거든

슈퍼 J도 아니면서 먹방 계획을 짠~


나중에 맛있는 거

이것저것  많이 찾아 먹으리라

많이 먹으려면 조금씩 먹으리라

조금씩 많은 종류를 먹을 거니까

이왕이면 새롭고 좋은 것으로 찾아

야금야금 부지런히 먹으리라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도

금쪽이라 생각하며 아끼듯이

감사히 먹으리라


그래서 싱싱 감귤 곁에 두고

궁금 감귤칩을 먹다 보니

감귤의 주홍빛 닮은 그녀가 떠오릅니다

밝고 따사롭고 환하고 명랑한 색이

잘 어울리는 그녀가 의외로

푸른 옷도 잘 어울려서

그때 생각했어요


싱싱 감귤이 열풍에 들볶이고 마구 시달려

간이고 쓸개고 미련 없이 다 내어주어야

비로소 새콤바삭 감귤칩이 되듯이

활짝 웃는 그녀의 입가에도

그녀 나름의 진한 아픔이 맺혀 있고

그 아픔이 속에서 으깨지고 뭉그러져

환한 웃음이 되어 나오는 거라고~


누구에게나 저 깊은 속 어딘가에

응축된 짙푸른 슬픔이 있는 것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픔이 있고

길고 긴 수다로도 풀 수 없는

책 한 권의 사연이 있고

웃음 뒤에 가려진 눈물도 있다고~


아주 오래전 그때 나는

지금보다 더 연약한 겁쟁이라서

혼자 외출이 무리였어요

집을 나서는 게 겁이 나고 두려워서

외출하것만으로도

주변에 민폐를 끼쳐야 했죠


누군가 함께 가주어야 하고

집 앞에서 차에 태워 갔다가

집 앞에 툭 떨궈주어야

그나마 짧은 외출이 가능해서

약속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어요


집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집에 돌아오기까지

머릿속에서 복잡 미묘하게

불안과 혼란으로 얽히고설키던 시절

그녀가 지나는 길도 아니고

더구나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빙 돌고 돌아 집 근처에 내려주어서

많이 고마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웃으며 선뜻 해주었거든요


만일이란 가정을 좋아하지 않으나

만일 다음 생이 내게 온다면

한 번쯤은 그녀를 내 차에 태우고

편안히 그녀의 집 앞까지

모셔드리고 싶다는

참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가

피식 웃고 맙니다


기다려도

나중은 오지 않고

부질없는 생각일 뿐

만일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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