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78 사랑도 사랑 나름
은은하게 따사로운 사랑
가방을 드는 것도 번거로워
주머니를 애용합니다
왼쪽 주머니에 납작 카드지갑
오른쪽 주머니에 핸드폰
그렇게 챙겨 넣으면
간단 외출준비 끝입니다
외출이라야 뭐
혼자서는 동네 한 바퀴니
더 필요한 것도 없어요
12월이 오고
스산한 겨울이 되었으니
주머니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손난로형 핫팩 하나
겉옷 주머니에 넣으면
포근 외출준비로 충분합니다
매일미사는 못하지만
매일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산책길에
1일 1 커피 그리고
1일 1 핫팩인데요
핫팩도 핫팩 나름
흔들자마자 뜨끈해지는 것도 있고
서서히 따뜻해지는 것도 있고
손에 들고 있으면 미지근하다가
주머니에 넣고 기다리면
비로소 따뜻한 것도 있어요
요즘 내가 애정하는 핫팩은
처음엔 미적지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히 따사롭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따스한
하얀 핫팩입니다
조그만 손난로형 핫팩 하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아주 뜨겁지도 않고
은근 따스한 마음이
묵묵히 곁에 머무르는 듯
온종일 포근합니다
사랑도 그러하겠죠
뜨거운 사랑은 금방 식기 쉬우니
불처럼 타오르다가 꺼지는 사랑보다
은은히 오래가는 사랑이
진심 사랑인 거죠
사랑도 사랑 나름
사람도 사람 나름
그리고 핫팩도 핫팩 나름
부질없이 혼자 중얼거리며
친구 같은 핫팩의 따스함에 기대어
12월의 첫날
오늘도 동네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