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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27. 2024

초록의 시간 789 엄마 사랑해요

참 예쁜 말

아침부터 더위가

거침없이 파고드는데

나도 모르게

싱그르르 웃게 됩니다


할머니 엄마 꼬맹이딸

모녀 삼총사 길을 건너며

엄마와 딸내미가 나란히

손을 번쩍 들고 건너는 모습이

무척이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혼자 흐뭇 미소 날립니다


갈림길에서 엄마의 손을 놓고

꼬맹이딸이 방긋 웃으며

또박또박 큰 소리로

사랑의 인사를 건넵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드는

꼬맹이의 목소리가 씩씩한데

딱 그만큼 애틋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돌아서자마자

엄마 보고 싶다~

꼬맹이는 얼마나 많이

꾹 눌러 참았을까요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아요


출근시간에 쫓겨

뒤도 한번 돌아보지 못하고

저만치 달아나는 엄마가

야속한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할머니 손을 잡습니다

어린 속에도 몹시

속이 상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다시 건널목에 이르자

엄마 손 대신 할머니의 손을 잡고

야무지게 손을 들고 따박따박

길을 건너는 모습이 기특한데요

이번에는 엄마 대신 할머니가

함께 손을 번쩍 들어주십니다


엄마는 할머니를 닮고

딸내미는 그대로 엄마를 닮아

다정다감 모녀 삼총사가

사랑의 삼총사가 되었어요

세상 그 무엇도 사랑 앞에서는

어깨 펴지 못하고 쭈그러들겠죠


나 어릴 적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요~

몇 번이나 말했을까요

맘껏 골 부리고 실컷 투정 부리느라

사랑한다는 말은 늘 가슴속에

고이 간직했던 것 같아서

문득 씁쓰름한 마음이 됩니다


사실 울 엄마도

사랑한다는 말 아끼셨던 듯

눈으로 사랑하고

마음으로 아끼시느라

사랑이라는 말은 고이 접어

옷장 속 깊숙이 넣어두셨던 듯


그러고 보니

또 엄마 탓입니다

자식들이란 그저 나이 들어도

철부지 자식일 뿐이어서

늘 내 탓 아닌 엄마 탓~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 탓 아닌 내 탓임을

그것도 아주 조금

인정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쩔~

엄마를 닮았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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