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81 나만의 커마카세
커피와의 만남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커피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 빛내며 일단 멈춤
그리고 완전 집중합니다
어느 친구님의 말을 빌리자면
만남도 정성이라는데
커피와의 만남은 내게 있어
정성에 사랑을 더한 인연 같아요
커피 오마카세 소식에
귀가 번쩍 트입니다
한참 오래전 아주 잠깐
일본어를 기웃거린 덕분에
오마카세가 맡긴다는 뜻이라서
메뉴를 골라서 주문하는 대신
상차림을 주방장에게 맡긴다는 정도로
얼추 알고 있었는데요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재량껏 만들어 내주는 상차림인데
요즘은 치킨 오마카세인
고급진 치마카세도 있고
나에게 맡긴다는 나마카세
간편 1인용 초밥세트도 있고
식당 이모님에게 맡긴다는
정겨운 이모카세도 있다니
이리저리 가지 뻗는 오마카세
그 진화가 참 재미납니다
다채로운 오마카세 행렬에
커피 오마카세가 빠질 순 없죠
어느 카페에서 1시간 코스의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죠
시그니처 커피와 브루잉 커피
마무리는 프리미엄 디저트
반가운 커마카세 소식에
무릎을 탁 치며 웃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그렇다면 내가 좀 아는
리리리자로 끝나는 바리스타
커피에 진심인 청년 재리스타님께
실례를 무릅쓰고
커마카세를 부탁해 봐야겠어요
재리스타님의 꿈도
자신만의 커마카세라고 해서
커마카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초대해 달라고 했더니 쑥스러운 듯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재리스타님의 커마카세
설렘의 그날을 기다리며
우선 오렌지비앙코를 부탁합니다
티브이에서 스치듯 보고는
한번 마셔보고 싶어서
투다닥 손끝 검색을 해 봤더니
오렌지라떼 또는 오렌지비앙코
그렇게 부른답니다
비앙코는 이탈리아어로
하양이라는 뜻이래요
뽀그르르 새하얀 우유 거품을
골무모자처럼 살포시 씌워서
비앙코일까요?!
메뉴에 없는 음료라
나중에 부탁한다고 했는데도
망설임 없이 바로 척 내다 주는
센스쟁이 재리스타님의 오렌지비앙코는
자신의 메뉴 중 하나인 아인슈페너를
살짝 응용해서 만들었답니다
음~ 단것을 즐기지 않는 내게
딱 맞춤 상큼 쌉싸름한 오렌지 맛에
에스프레소의 고소한 쓴맛과
향기가 더해져 아주 개운합니다
갑작 부탁이라 오렌지청 대신
오렌지 과육을 으깨어 체에 거른
오렌지퓌레를 넣었다고 하는
반짝 순발력에 엄지 척~
다음에는 자몽비앙코를
부탁해서 마셔볼 생각입니다
자몽 빛깔이 유난히 곱고
쌉싸름한 만큼 개운한 맛이라
그 역시 딱 맞춤일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커마카세가 아니라
나만의 커피 오마카세
나커마카세가 되어 버렸어요
리리리자로 끝나는
재리 바리스타님 덕분에
오렌지비앙코를 마시며
흐뭇 미소와 함께 중얼거립니다
이제부터 시직이야
나만의 특별한 커마카세
상큼새콤 개운고소한 오렌지라떼로
이미 한 가지 이루었으니
진심커피에 진심감동
그리고 진심행복이 바로 눈앞에서
깃발처럼 촤라락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