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98 엄마 눈물이 나요
자꾸 눈물이 나요
바람이 몹시도 차가운 아침
엄마 눈물이 나요~
작고 똘망한 소녀가 중얼거립니다
엄마 엄마 자꾸 눈물이 나요~
바람 때문이라고
소녀의 엄마가 다정히 말합니다
바람을 맞으며 걷던 걸음을 멈추어
어린 딸을 따스이 품에 안아주며
매정한 겨울바람 탓이라고
딸아이를 달래줍니다
고마워서 고마리~라고
부르는 친구님의 사진 속
창가에 놓인 납작 둥근 호박
크고 작고 예쁜 두 개의 호박이
문득 떠오릅니다
한겨울 바람길을 걷다가
추위를 피해 볕이 잘 드는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모녀 호박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아가 이제 따뜻하지~
엄마 호박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겨울볕은 사랑이야~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아요~
딸 호박이 대답하는 듯
종알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겨울볕은 엄마 같아서
따사롭고 다정하고 포근해요~
차고 시린 겨울날에는
아이나 어른이나
그 누구에게나
따스한 엄마품이 필요합니다
포슬포슬 눈송이에 젖고
추적추적 빗줄기에도 젖고
방울방울 눈물에도 흠뻑 젖다가
엄마 품으로 파고들며
하소연해야 하죠
엄마 눈물이 나요~
자꾸 눈물이 나요~
사랑스러운 꼬맹이 호박이 되어
엄마품에 파고들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겨울햇살에
마음을 기댈 수밖에
창 아래 탁자 위에 놓인
유리 꽃병에 안겨
파스락 소리 내며 웃는
마른 풀꽃 한송이라도 되어
기도초의 온기에 기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