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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29. 2024

초록의 시간 898 엄마 눈물이 나요

자꾸 눈물이 나요

바람이 몹시도 차가운 아침

엄마 눈물이 나요~

작고 똘망한 소녀가 중얼거립니다

엄마 엄마 자꾸 눈물이 나요~


바람 때문이라고

소녀의 엄마가 다정히 말합니다

바람을 맞으며 걷던 걸음을 멈추어

어린 딸을 따스이 품에 안아주며

매정한 겨울바람 탓이라고

딸아이를 달래줍니다


고마워서 고마리~라고

부르는 친구님의 사진 속

창가에 놓인 납작 둥근 호박

크고 작고 예쁜 두 개의 호박이

문득 떠오릅니다


겨울 바람길을 걷다가

추위를 피해 볕이 잘 드는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모녀 호박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아가 이제 따뜻하지~

엄마 호박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겨울볕은 사랑이야~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아요~

딸 호박이 대답하는 듯

종알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겨울볕은 엄마 같아서

따사롭고 다정하고 포근해요~


차고 시린 겨울날에는

아이나 어른이나

누구에게나

따스한 엄마품이 필요합니다


포슬포슬 눈송이에 젖고

추적추적 빗줄기에도 젖고

방울방울 눈물에도 흠뻑 젖다가

엄마 품으로 파고들며

하소연해야 하죠


엄마 눈물이 나요~

자꾸 눈물이 나요~


사랑스러운 꼬맹이 호박이 되어

엄마품에 파고들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겨울햇살에

마음을 기댈 수밖에


창 아래 탁자 위에 놓인

유리 꽃병에 안겨

스락 소리 내며 웃는

마른 풀꽃 한송이라도 되어

기도초의 온기에 기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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