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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12 오늘의 인연

빵빵빵 붕어빵이야

by eunring

바람 찬 겨울날

호호 불어가며

붕어빵 하나는 먹어야죠

울 동네에 줄 서서 먹는

붕어빵 맛집이 있다기에

한번 먹어보기로 했어요


군고구마 수레 사라지더니

마트에서 군고구마를 굽고

붕어빵 수레 사라지더니

꽈배기집에서 붕어빵을 파는데

왠지 제맛이 나지 않거든요


좀 걸어야 하지만 줄 서서 먹는다는

붕어빵 수레를 찾아 나선 길

바람이 유난히 차갑고

눈가루도 희끗희끗 날리는 듯

차고 시린 날이었어요


그래도 이왕 나선 길

씩씩하게 찬 바람맞으며

붕어빵 맛집을 찾아갔는데

어머나 정말입니다

줄이 길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치며

오늘은 붕어빵 만나는 날이 아닌 듯

다음에 다시 오자~고 종알종알

발길을 돌리는데 손도 허전하고

마음도 쓸쓸했죠


그런데요

그 붕어빵은 아직

제 몫의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어제는 우연히 그 길을 지나다가

한가로운 붕어빵 수레를 만났어요


그래 바로 지금이야~

놓치지 않으리라 중얼거리며

붕어빵 수레를 향해 돌진하다가

아차~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주머니에 카드지갑밖에 없었거든요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꿀 같은 찬스인데 이를 어째요

붕어빵 몇 개 사고

카드를 내밀 순 없는 일이어서

하릴없이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비상금으로 만 원짜리 하나는

카드지갑 사이에 넣어두는데

무얼 사고는 채워 넣지 않았으니

마음만 붕어빵 한아름 안고

터덜터덜 돌아섰어요


그리고 오늘 단단히 맘먹고

천 원짜리 몇 장 챙겨

붕어빵 수레를 향해 룰루랄라~

찬바람 맞으며 씩씩 걸음으로

붕어빵을 사러 갔어요


제갈공명 붕어빵도 아닌데

세 번째 걸음도 허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기다란 줄은 없었습니다만

붕어빵 수레가 머무르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거든요


그리하여 오늘의 인연도

빵빵빵 붕어빵은 아닌 걸로~

대신 그 앞 수레에서

떡볶이를 샀습니다


떡볶이집 역시

줄 서서 먹는 맛집이어서

평소엔 그냥 지나쳤으나

붕어빵 놓친 마음

떡볶이로 달래기 위해

오늘은 기꺼이 줄을 섰어요


빵빵빵 붕어빵과의 인연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인생 참 쉽지 않다고

또 한 번 마음에 새깁니다


줄 서는 맛집을 애용하려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듯

바라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우리들 인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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