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빵 붕어빵이야
바람 찬 겨울날
호호 불어가며
붕어빵 하나는 먹어야죠
울 동네에 줄 서서 먹는
붕어빵 맛집이 있다기에
한번 먹어보기로 했어요
군고구마 수레 사라지더니
마트에서 군고구마를 굽고
붕어빵 수레 사라지더니
꽈배기집에서 붕어빵을 파는데
왠지 제맛이 나지 않거든요
좀 걸어야 하지만 줄 서서 먹는다는
붕어빵 수레를 찾아 나선 길
바람이 유난히 차갑고
눈가루도 희끗희끗 날리는 듯
차고 시린 날이었어요
그래도 이왕 나선 길
씩씩하게 찬 바람맞으며
붕어빵 맛집을 찾아갔는데
어머나 정말입니다
줄이 길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치며
오늘은 붕어빵 만나는 날이 아닌 듯
다음에 다시 오자~고 종알종알
발길을 돌리는데 손도 허전하고
마음도 쓸쓸했죠
그런데요
그 붕어빵은 아직
제 몫의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어제는 우연히 그 길을 지나다가
한가로운 붕어빵 수레를 만났어요
그래 바로 지금이야~
놓치지 않으리라 중얼거리며
붕어빵 수레를 향해 돌진하다가
아차~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주머니에 카드지갑밖에 없었거든요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꿀 같은 찬스인데 이를 어째요
붕어빵 몇 개 사고
카드를 내밀 순 없는 일이어서
하릴없이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비상금으로 만 원짜리 하나는
카드지갑 사이에 넣어두는데
무얼 사고는 채워 넣지 않았으니
마음만 붕어빵 한아름 안고
터덜터덜 돌아섰어요
그리고 오늘 단단히 맘먹고
천 원짜리 몇 장 챙겨
붕어빵 수레를 향해 룰루랄라~
찬바람 맞으며 씩씩 걸음으로
붕어빵을 사러 갔어요
제갈공명 붕어빵도 아닌데
세 번째 걸음도 허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기다란 줄은 없었습니다만
붕어빵 수레가 머무르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거든요
그리하여 오늘의 인연도
빵빵빵 붕어빵은 아닌 걸로~
대신 그 앞 수레에서
떡볶이를 샀습니다
떡볶이집 역시
줄 서서 먹는 맛집이어서
평소엔 그냥 지나쳤으나
붕어빵 놓친 마음
떡볶이로 달래기 위해
오늘은 기꺼이 줄을 섰어요
빵빵빵 붕어빵과의 인연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인생 참 쉽지 않다고
또 한 번 마음에 새깁니다
줄 서는 맛집을 애용하려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듯
바라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우리들 인생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