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의 시간 911 괜찮다는 말

기분 좋은 말

by eunring

집 근처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커피집들이 올망졸망 모여있어요

바로 가까이에 노랑 연노랑 또 노랑

조금 더 걸으면 초록 보라 빨강


너무 춥거나 귀찮거나

게을러지는 마음일 때는

가까운 노랑커피집으로~


기분이 좋아서

상쾌하게 걷고 싶거나

마음이 번거로워 더 걷고 싶거나

조금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초록 보라 빨강커피집으로~


마구 춥다가 좀 덜 추워져서

기분 좋게 차가운 아침 바람을 안고

밝은 에너지로 반겨주는

빨강커피집으로 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얼마 전 친구님들과

재미나게 놀던 곳이라

웃음이 절로 납니다


실내공간이 크고 넓고 밝아

늘 화기애애 북적이는 곳이라서

여러 친구들을 만날 때 가곤 하는데

이른 아침 띄엄띄엄 몇 자리 외에는

휑하니 비어 있어 여유로움이

조금은 쓸쓸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선물수레를 끌고 왔다가

아직 산타마을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크리스마스 사슴들이

유난히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어요


코끝까지도 금빛으로 빛나는

루돌프 사슴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안 가면 못 본다

안 가면 만나지 못한다

안 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금빛 사슴들과

눈 맞추며 기다리는 사이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는데요

어머나~ 바리스타 소녀가

내가 원한 원두가 아니었다며

다시 만들어준다고 하기에

괜찮다고 그냥 받아 듭니다


괜찮다는 말

참 기분 좋은 말이잖아요

누군가에게 내가 건네는

괜찮아요~

그 누군가 내게 건네는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하며

기분 좋게 지내고 싶은

푸르른 나날들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910 다녀왔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