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10 다녀왔다는 말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듯이
나라마다 인사말도 달라요
문단속을 제대로 잘하고 돌아와
건네는 엔딩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다녀왔어~
어서 와~
'너의 이름은' ' 날씨의 아이'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이래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상실의 상처를 지닌 이들의
아픔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며
따사로운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스즈메의 문단속^
지금은 슬프지만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라고
소녀 스즈메가 어린 스즈메를
달래고 위로하는 장면이 애틋합니다
소중한 건 이미
오래전에 다 받았다~고
스즈메가 재난의 문을 닫으며
힘차게 말합니다
다녀올게요~
네 살 어린 나이에
대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스즈메는
같은 상처를 지닌 이모와 함께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어요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한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우연히 만나 산속 폐허메서
낡은 문을 발견합니다
교사를 꿈꾸는 청년 소타는
재난을 막기 위해 문을 닫는
토지시 가문의 가업을 어어가는 청년입니다
토지시는 '닫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가업으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청년 소타를 스즈메가 돕게 되는데
고양이 다이진은 소타를
꼬맹이 나무의자로 만들어버립니다
불량소녀도 아닌데 가출을 해서
나무의자로 변한 쇼타와 함께
고베 대관람차 뒷문에서
눈부신 저세상을 보기도 하고
갑자기 사라진 고양이 다이진을 찾기 위해
도쿄 소타의 아파트 301호
책으로 기득 책상 위 상자를 열고
재난을 누르는 요석에 대해 알게 됩니다
재난의 뒷문을 막을 수 없을 때
요석을 꽂아 막는다는 거죠
나무의자 쇼타와 함께
도쿄의 뒷문을 닫아 재난을 막으려는
소타와 스즈메는 지진을 만나고
대재앙을 막기 위해 뛰어드는 소타와
뒤따르는 스즈메의 모습이
무모한 만큼 진지해서
안타깝습니다
요석을 꽂아 재난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요석 역할을 하게 된 소타 덕분에
지진은 멈추고 물속에 빠진 스즈메는
어린 시절 아픈 기억과 만납니다
병원에서 일하며 요리와 만들기를 잘하는
엄마가 뚝딱뚝딱 생일 선물로 만들어준
스즈메 전용 의자인 노란 나무의자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하는
어린 스즈메가 대지진으로
엄마를 잃고 헤매는
슬프고 아픈 기억으로부터
헤어 나오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같은 상처를 지닌 이모와 화해하고
12년 만에 고향집에 온 스즈메가
고향집 문을 밀며 인사를 건넵니다
다녀왔어 엄마~
흙속에 묻어둔 추억상자를 꺼내
재난이 있었던 3월 11일
검게 칠해진 일기를 보며
덮쳐든 해일에 엄마를 잃고 찾아 헤매던
기억 속 문을 찾아 고양이 다이진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간
스즈메는 요석으로 꽂혀 있는
나무의자 소타를 다시
문밖으로 이끌어냅니다
다녀올게~
다녀왔어~
그렇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안의 불을 환히 밝히고
어서 와~
웃으며 반겨 맞아주는 이들이 있으니
떠오르는 태양이 눈부시듯이
저무는 저녁 햇살도
포근하고 다정합니다
그 누구에게나
다녀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그 순간이 행복인 거죠
문단속 잘하러 다녀올게요
다녀왔어~라고 말하면
어서 와~라며 웃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