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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19 엄마 솜씨가 그립다

그리운 엄마손맛

by eunring

명절 무렵이면

유난히 맛난 냄새가

여기저기서 스며들어서

그리움의 향기라고 중얼거리며

코를 벌름거립니다


세상 모든 맛난 음식은

먼저 냄새로 먹고

찬찬히 눈으로 먹고 그리고

입으로 먹는다는데요


하니 더

그리움으로 먹는다는

게으른 요리 꽝손의

어쭙잖은 생각을 덧붙입니다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도

이제는 내손내떡국이니

살림마트와 반찬가게 들락거리며

미리 준비는 대충 해 두었어요


새하얀 떡국떡이랑

개운한 해물 한알육수

고명으로 얹을

고기볶음과 달걀지단 등


그런데요

반찬가게 유리문에도

정기구독이라는 말이 똭~


언제부터인가 구독이라는 말이

주변에서 또는 눈앞에서 마구 떠돌며

익숙한 단어가 되었는데요

반찬가게도 구독 서비스라니

참 편하고도 재미난 세상입니다


전에는 신문이나 잡지의

정기 구독 정도였는데

샐러드 구독도 있어서

뉴스를 보다 보니

구독 경제가 트렌드랍니다

차량 구독 서비스라는 것까지~


구독 경제라는 게 있다죠

설정하고 잊어버려라

그리고 집중력을 되찾으라는

깊은 의미가 있다지만

반찬가게 구독은

아직 생각 중입니다


반찬과 구독 서비스라는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뜬금 엉뚱 조합에 문득

어느 선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선배가 직장생활을 할 때

친정엄마랑 함께 살면서

살림은 엄마가 맡아해 주셨는데

아침이면 주방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나지막한 도마질 소리에

눈을 때마다 죄송하면서도

엄마 등에 포근히 업힌 아이처럼

행복했었답니다


선배의 엄마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동네 반찬가게를 돌아다니시며

골고루 맛을 보시고는

한 군데를 정해주시더랍니다


그 집 반찬이 괜찮으니 사 먹으라고

요즘 말로 정기구독을 추천하시고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여행을 떠나셨다고 해요


누구에게나 지금은

반찬가게 구독 서비스 대신

엄마손맛 구독 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타이밍인데요


내손내밥 대신 엄마밥이 그립고

엄마 솜씨가 그립고 아쉬워서

복주머니 가득 세뱃돈 대신

엄마 등에 업히고 싶은

오늘은 설날입니다


떡국 한 그릇

제대로 챙겨 먹고

나이는 천천히

가능하면 거꾸로

하나씩 빼먹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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