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 초봄과 초겨울에 타이어를 교환하러 천안에 간지 3년째다. 즐겨 쓰는 T내비는 목적지 근처에서 우회전 후 곧바로 좌회전을 안내한다. 그런데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할 도로의 차선이 네 개다. 갈 때마다 애를 먹었다. 오늘은 다른 길을 찾아보려 K내비를 켜봤다. 어려운 길 대신 태조산 기슭의 꾸불꾸불한 길을 안내한다.
K내비를 따르기로 한 것은 태조산 근처 교육원에서 혼자 교육을 들었던 기억도 있었지만 , 나에겐 추억이 있었다.
첫 직장인 D군에서 나와 S는 토이가 부른 <좋은 사람> 같은 나날을 보냈다. 동기 모임에서 내가 S에 대해 말할 때, 내 모습이 유난히 밝다며 S를 좋아하냐고 묻는 동기도 있었다. 반대로 S도 나를 S의 동기들에게 내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웃으며 말한다고 S가 그랬다. 이 시절에 S와 함께 이 교육원에서 교육을 들은 것이다.
S는 포니테일 머리를 자주 했다. 한껏 위에서 머리를 묶은 모습이 신기해서 왜 그렇게 머릴 묶는지 물었다. "위에서 묶을수록 어려 보여." 란 답이 돌아왔다.
우리에게 영화 <봄날은 간다>의 끝과 같은 순간이 찾아왔고, 나는 D군을 떠나왔다.
그 후, 5년이 지났다. 그 높이에서 머리를 묶은 동료를 보면 S 생각을 하였다.
S와 나는 한번 만났다. 수필 <인연>이 말을 걸고, 셔우드 앤더슨의 소설 속 문장이 대구 한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사랑은 검은 밤에 나무 밑 풀을 흔드는 바람 같은 것이죠." 그는 말했었다. "사랑을 확정 지으려 하면 안 돼요. 그건 삶의 신성한 우연이니까요. 사랑을 규정하고 확신을 가지려 애쓰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나무 밑에 살려고 애쓰면, 환멸의 길고 뜨거운 날들이 금세 닥쳐오고 지나치는 승합마차들의 흙먼지가 키스로 달아올라 보드라워진 입술에 달라붙을 겁니다." - 셔우드 앤더슨, 김선형 옮김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죽음 중에서 -
추억은 사랑을 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