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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Nov 22. 2024

모유수유와 자연분만은 가난이 아이와 엄마에게 주는 선물

한시적 가난이 지구상 최고의 선물이 되기도 한다.

신실한 오빠의 주도로 임신을 확인한 후 3주안에 결혼식을 올렸다. 11월 중순 임신확인 ~ 12월 11일 결혼. 딱 3주만의 결혼식은 웨딩플래너가 있어 가능한 전략이었다. 임신으로 커다래진 가슴을 안고 이 드레스 저 드레스를 입어보았지만 마음에 든다 마다 선택할 겨를이 없이 입덧의 파도에 휘말려야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5주차부터 나는 과격한 입덧에 시달려 그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었다. 가장 역겨운 것은 기존에 한번도 생각하며 살아보지 않은 밥냄새였다. 저녁시간이 되어 엄마가 밥솥에다 밥을 칙칙칙칙하고 있으면, 나는 임신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냄새가 역하다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나에게 잘먹어야한다고 말했다.  너 배 거르면 안된다고. 임신한 상태에서 먹는 것은 너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선택할 권리가 없는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라고, 그리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하는거라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하니 이제 더 이상 미니스커트를 입지 말라고. 몸이 피곤할 수 있으니 그럴 때는 무조건 잘 자야한다고...

 

어릴때부터 엄마는 내 진심을 유기하고 자기 멋대로만 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 그 두 부부관계에서였지, 엄마는 나에게 단 한 순간도 따뜻한 마음을 잃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천하 고아에 불쌍한 아빠와 관계가 좋았던 큰 딸이었던지라, 독단적인 사람들눈엔 되바라진 나와 토론하길 즐기셨던 1950년대에 태어나신, 거의 유일한 사람인 아빠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곧 나를 향한 것이라 동일시하고 살았던거다. 부부문제는 부부만 알 것이며, 엄마가 나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구나 함을 깨닫는 이 시간이다.


오빠가 좋은 웨딩플래너를 선택한 덕분에 우리는 좋은 스튜디오에서 결혼전 촬영도 하고, 색깔이 들어간 것을 비롯한 예쁜 여러드레스를 입어보기도하고, 가장 좋은 미용실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했다. 실내촬영을 한 후, 얼굴에 남은 프로페셔널 메이컵을 맨낯에 입고 청담동 백화점도 돌아다니고,  커피숍도 가서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아무리 화장발이라지만 여왕님같은 그 느낌이 너무 좋았던 기억도 난다.


결혼식에는 벨 드레스를 입은 것이 아직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웨딩촬영때 입은 슬림핏 드레스가 우아해서 나에게 더 예뻤다고 말했지만, 벨 중에서도 그것도 드레스 끝단이 발레리나의 옷깃처럼 가볍고 각지게 산들 떨어짐이 지금 골라도 같은 것을 골랐을 것이다.



우리는 번갯불에 콩굽듯 12월에 결혼식을 올렸고, 그 후 입덧으로 약 9개월을 음식이라는 것을 내 입에 넣을 새 없이 토하고, 그렇게 거의 굶고 지냈던 것 같다. 흰쌀밥은 계속 먹지 못했다. 시기별로 울렁거리는 음식이 달랐다. 그 전엔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고기가 임신기간 내내 땡겨 남편이 대령해주었으나, 막상 냄새를 맡으면 역하기 짝이 없었던 식이었다. 뱃속에서나 아이가 태어난 후나 아이와 함께 하는 신혼생활이 아쉬웠다. 신혼은 둘만의 소중한 시간이어야하는 것 아닌가, 계획대로라면 나는 결혼도 더 늦게 하고, 결혼 후에도 이삼년이상 신혼을 즐기고 그 후에 출산하는것을 생각했었는데, 현실은...이게 무언가? 3주만에 임신과 결혼이 만들어졌고, 이제 몇 달후면 출산한다고. 뭐든 찬찬히 음미하며 씹고 뜯고 맛보길 원하는 내 성향을 반영했을 때, 이건 너무 롤러코스터같은 진행이었다. 뭔가 정신을 차리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할 새가 없었다.



물론 안다. 나는 순식간에 인생 거사가 이루어져 불편할 수 있듯, 누군가는 이 인생거사에 걸리는 시간이 계획과 달리 너무나 오랜기간 이루어져 속이 상하기도 할거라 생각한다.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판별할 수없다. 원래 쌍방 모두 남의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이는 법이니까. 달라보이는 양쪽의 공통점을 뽑자면, 인생 계획대로 되는거 아니라는 결론... 그 뿐이다.




뭐든 적당히 혹은 그 이상을 갖춘 상태로 결혼하고 출산하기를 계획하면 막상 계획한 시기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그리고 생긴 후에도 육아에 쓰이는 에너지를 몸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 반대였다.


급작스럽게 아이가 생긴 나에게 신체파월는 집천장을 언제든 솟구 칠듯 풍부했지만, 정서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내 기준에서 준비가 한참 덜 된 상태였다. 인생 거사인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가 모두 1년안에 치뤄졌으니, 모두 일을 벌이고 난 후에야 수습해야하는, 파워 J로 인생거의 모든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 믿었던 20대의 내가 제일 싫어했던, 감당안되고 어지럽고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아동학과를 졸업해 4년동안 아동의 발달, 심리, 교육 관련 생각을 해볼 기회가 나 자신에게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교육업에 종사했던 경험이 자산이 되어 아이를 양육하기로 했기에, 그리고 평균의 성인으로서의 인지수준은 확보한 일반사람이기에 엄마가 되기 위한 신체적, 인지적 역량만 갖고 시작한 육아였다.


아이가 태어나자, 가장 먼저 봉착한 문제는 바로, 작고 연약한 생명체는 끊임없이 먹을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왜 누구도 나에게 이것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신생아는 작기때문에 배도 작다는 사실을. 위 주머니도 우리처럼 아래로 쳐지기 이전인, 콩알만할 뿐이라 30분의 피말리는 수유시간의 성의가 무색하게도 아가는 언제든 기분에 따라 욱... 엄마젖을 토해버릴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욕심쟁이가 허겁지겁먹다 공기가 들어갈 수 있으니 꼭 수유후에는 트림을 시켜줘야한다는 사실말이다. 수유량이 많으니 아이는 트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곧장 분수토를 한다는 사실말이다.


신생아 육아 중에서 보호자를 가장 피말리게 하는 건 단연 수유이다. 밤낮이 없는 아가는 시도때도 없이 길어야 두 시간에 한 번, 그것도 한번에 삼십분 그 이상씩 먹기를 원한다. 이 때 구순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이 때 생긴 성격적 문제는 평생토록 당사자와 보호자 그리고 주변인을 괴롭힌다. 얼마나 먹기를 원하던지, 수유후에는 온몸에 기운이 쫙 빨리고, 머리가 팽글팽글 돈다. 이 때 수유부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고 수유를 열심히 하다보면 빈혈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별다른 다이어트 없이 삼시세끼를 먹으면서도 임신 중 15에서 20킬로 불었던 몸이 한 두달안에 모두 다 빠지는 것도, 아니 임신전보다 더 적게 나가게 되는 것도 수유의 힘이다. 땀도 땀이고, 에너지도 에너지다. 정말 젖먹던 힘까지 싸우라는 것이 무슨의미인지 배우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힘들던 말던 아이는 살겠다고 이기적이게도 세차게 어미젖을 빨아댄다. 엄마가 힘든 것은 안중에도 없다. 자기 살겠다고. 인간이 가장 이기적인 시기가 이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기의 정당한 이기성이 충분히 충족되어야만 아이는 후의 인생에 사회성을 비롯한 이타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


게다가 엄마의 젖에는 면역항체가 가장 많이 들어있다. 이 세상 어떤 고급진 분유도 구현해낼 수 없는, 오직 인체만이 생성가능한, 엄마에게서 물려받는 면역체계. 후에 아프지도 않고, 병균의 침입에도 끄떡없이 사람을 지켜주는 이뮤노글로뷸린. 최고급 보약. 최고급 영양식. 엄마 젖...


이라는건 너무나 알지만 젖먹이는 동안 잠을 대체로 충분히 자지 못한 엄마는 아이의 젖콜링에 화가 날때도 있다. 내가 젖소인가. 나는 사람인가. 대체 나는 무슨 존재인가. 그동안 무얼 하려고 나는 열심히 살았는가. 나는 짐승처럼 젖을 물리려고 살았는가. 나는 왜 잠을 잘 수 없는가. 나는 왜 화장실도 내 콜링대로 갈 수 없나. 내콜링은 쟤콜링보다 가치가 없나. 아.. 나는 그러므로 쓸모없는 존재다 와 같은 별로 논리적이지 못한 괴로움에 휩싸인다. 논리도 살만한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잠의 욕구 즉 인간으로서의 기본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머리 이성, 놀리 그딴거는 쓸모 없는 쓰레기가 된다. 그 무렵 찾아오는 산후우울증...


와 진짜 역설적이다.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누군가는 말하지.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나? 닮는다나?엄마젖을 먹지 않고 분유를 먹인다는 우리 시어머니 지인의 손자는 다리통이 잇...따만....하다고. 나를 흘겨대는 시어머니의 눈살 (분명 내가 분유먹이고 남이 어미젖을 먹이면, 그것가지고 타박이었을것이다. 그냥... 타박이 목적의식인 사람들이 있다. 자기기준이 없고, 남의 기준이 자기 목표라 착각하는 사람들, 비교우위에만 서면 되는 사람들. 어릴 땐 그걸 모르고 얼마나 주눅들었는지 모른다.) ...


아이 보는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나. 나 도망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어.........비참하게도 나 돈이 없어. 아이에게 힘들때에는 분유도 먹이고, 모유랑 혼합하고 싶은데, 나는 너무 어릴 때 결혼해서 돈이 없어... 말하면 남편도 친정도 시댁도 도움주셨을테지만 가진건 John sim 뿐이라 다른 사람의 도움 받을 수 없어.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돈이 없으면 분유주장할 권리도 없다. 남편이 반쪽이라지만 눈치가 보인다. 왜 이렇게 서럽냐...



대략적으로나마 내가 겪은 산후우울증의 분위기는 이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생각해보니, 자연분만 또한 순수한 나의 선택이라 볼 수 없었다. 막판에도 나는 아이를 마주하는 이 순간을 최대한 저항하려 분만장에서도 반대로 힘을 주던 사람이다. 똥을 싸듯 질구멍에 힘을 줘야하는데, 나는 반대로 함축적으로 힘을 줬다. 질을 오므리려고 힘을 줬다 말이다. 엄마 됨을 그 상황에서도 부정하고 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간호사와 의사는 나를 혼냈다.


산모님, 진짜 한번도 변비 안걸려봤어요? 왜 이렇게 못해. 진짜 못한다.


일부러 나를 자극해서 더 아이를 빨리 잘 낳게 하고자 하는건지, 아니면, 진짜 간호사가 싸이코패스인지 알 수 없었다. 본능을 거스르고라도 애써 분만 상황을 직면하려고 하는 출산부에게 진짜 못한다니. 급박한 상황이 되자 간호사팀은 내 배 위에 올라탔었고, 내 배를 그녀의 엉덩이로 짓누르며 내 질구멍을 맘대로 벌렸다. 애가 나왔다. 남편의 키스를 받고 내 구멍은 다시금 어린아이처럼 바로 힘껏 쪼그라들었다. 뒷수습이 필요없게 되었다며, 어린 산모라 역시 최고라며 간호부가 웃었다.


제왕절개를 했다면 덜 힘들었을거라 생각에 자연분만을 주장하던 남편에게 눈을 흘긴다.


너가 낳을것도 아니면서, 온갖 핑계로 내게 자연분만을 주장한 남편, 이제는 자연분만 과정속에서 엄마의 산도를 통해 나오는 아이는 생의 단 한번뿐인 기회로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이뮤노글로뷸린을 온갖기관에 뭍히고 태어나 소화기관, 기관지, 심장, 면역체계, 호르몬, 뇌기능, 대장 및 콩팥기관 그 어떤 곳도 예외없이  탁월하게 건강하다는 걸 안다. 가장 대표적으로 자주 배탈이나거나 변비나 설사 등에 걸리지 않고, 감기에 걸려도 빨리 낫고, 세상 어느곳에서도 최첨단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능력으로 구현할수없는 면역체계를 갖고 태어나 잔병치례없이 튼튼할 수 있다는 걸.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 바로 이' 자연분만, 모유수유'임을 이제는 알지만, 그 때는 나의 준비되지 않음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모든 것이 두배로 힘들었다.



 여년이 지난 지금, 내가 다시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해야한다면, 나는 단연코 20대의 캔디처럼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할거다.


이렇게 삶에는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당시에는 마주하기조차 거의 불가능할 고생길인 줄만 알았는데도 지나고보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경우들이 있다. 지금 당장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어 희망이 보이지 않거든, 죽고 싶고, 살아야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누군가가 있거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거의 힘듦의 끝자락에 왔다고, 진짜 조금만 더 버티면,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당신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해 내었고, 의도치 않게 용감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을 반드시... 반드시 마주하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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