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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절대적 선도 악도 없다.

라는 위험한 말이 될지도 모르는 말

by 후루츠캔디 Mar 14. 2025

세상은 언제나 모호함의 연속이다.


어린시절에는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안에 나와 상대의 행동을 규정했지만, 어느 순간엔가부터 삶의 모호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이를 악용하면 안됨을 전제로 한다.


세상이 단순하게 선과 악 혹은 흑과 백으로 나뉠수 있다면 이 얼마나 단순하고, 살기 편할까, 애석하게도 그런 건 페어리 테일을 벗어난 어른 세상에선... 없다.


입에 쓴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정신과 감정도 몸의 일부라 볼 때 괴로워하며 먹는것이 뭐 그리 몸에 좋을까 싶고, 입에 발린 가식적인 말은 공허함의 메아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 별 뜻없이 던진 달콤한 상대의 말이 인공호흡기가 된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


나를 중심으로 사는 삶이야 말로 제 아무리 이기적인 소인배라 비웃음 당하겠으나 비로소 핵심이나 진리에 도달한 삶 같지만, 평생을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나를 언제쯤 되야 가득 채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며, 그래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이기성에 도달할 수 없다는 비극적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반대로 나 자신을 내려놓고 사는 삶이 허망하고 공허한 느낌이 든다지만, 글쓰는 제제님과 나눈 대화속에서 드러냈듯, 상황상 나 자신을 애진작에 포기하고, 주변을 보며 나는 물론 모두를 아우르는 눈을 획득하고 살다보면, 그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기만 한다면, 평생 나를 채우려 노력하는, 아니 그 자체도 인정하지 못할만큼 자기중심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인식할 수 없는 것들을 인식하며,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다.


세상에 손해보는 장사는 없다고 하는데, 장사하시는 분들만 손해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선행도 악행만큼이나 반드시 내게 법이 정한 벌금이나 상금 또는 위로금은 상상도 할수 없을 만큼 커다란 유무형의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음을 어느순간 간파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절대 나쁜 사람이나, 절대적으로 선하기만 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전래동화나 신화에서만 존재하는 일이다. 전래동화는 원래 대중을 지도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정치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므로, 선과 악의 대비가 뚜렷하며, 신화는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의 투기나 미움, 질투,탐욕, 열망 등을 다루고 있어 사실 신 또한 결국에는 악한 존재로 그려져, 성악설을 세뇌시키기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런 건 없고, 단지 서구사상에 세뇌되어 있는 개인이 존재할 뿐이라 생각한다.


얼마전, 남편과 수퍼스토어에서 있다가 일어난 일이다. 가게 안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려 손을 씻으러 가는 도중에, 울리는 경보음이 내 귀에 들렸다. 누군가가 물건을 훔쳤다는 뜻이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비원으로 둘러쌓인 한 남성은 바닥에 꿇어앉아 스파게티면과 토마토소스 한 병을 자신의 낡은 가방에서 꺼냈다. 생각에 잠겼다....


먹어야살지...

비참함과 모욕의 값어치를 감당해야 할 만큼 소중한 스파게티 포장지와 한 병의 소스를 보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가방에 넣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는 고결한 진리보다 행인의 행동쪽에 더욱 마음이 실렸다. 마음이 아팠다. 장사하는 사람은 20불가량을 잃겠으나 당사자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을까...


몸둥이가 젊은 사람이 게다가 인종차별없는 캐나다지만 백인에 손해볼 일 없을텐데 정신차리고 일을해야지 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채용이 되지 않는 신분의 사람이라면?일했으나 돈을 못 받고 있다면? 빚에 허덕인다면? 백인이 영어를 모두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사고로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면? 기껏해야 40대, 자신의 상황은 마다한다만 욕구 조절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있다면?

잘 살아보이는 캐나다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유입과 유출이 빈번한 나라이기에 매사 빈틈,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환절기... 영상 30도에 머물다 몇시간 사이 눈도 오는 어느 추운 가을, 수영강습을 마치고 나오는 내 아이들의 반팔 옷차림이 걱정되어 사전에 외투를 챙겨입혔지만, 외투를 차 안에 두고 온 아이들이 추울까봐 감시 카메라가 사방에 버젓이 있는 마당에 다음주에 다시 제자리에 놓으면 될터이니 Lost and found 에 누가 잃어 '버리고' 간 옷 중 적당한 옷은 없나 살펴볼까.. 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스쳤던 순간을 기억한다.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2분이나 될까 싶은 순간에도 내 새끼들이 조금이라도 추울까봐 안타까운 마음에 혹시나 찬바람들까 그렇게나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어미아비마음인데, 만일 배를 곯고 있는 상대와 가족 앞에 행인을 지적할 수 있을까. 보석도 아니고 비싼 약도 아니고.


간통죄의 폐지는 간통의 허용이 아니다. 인간의 양심의 의무를 법 위에 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권으로 개인의 의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꽤나 고상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법을 넘어 스스로 옳다고 믿는다면 그를 둘러싼 사회가 행위자의 행동에 타당성과 정당성을 부여할만큼 절대적 기준이나 가치를 이미 초월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생각이 깊고 넓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으면 한다.


*물론 악용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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