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반편성을 하며
지난주부터 반편성 작업을 시작했다. 나이스에 반편성 탭을 누르면 자동으로 반편성이 된다. 지금까지 해 본 중에 가장 간단한 반편성이었다. 한 반에 있으면 안 되는 학생만 살펴보고 이동시키면 바로 완료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 지. 만.
나의 지난해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우리 반에만 유난히 몰려있던 돌봄 어린이들.(올해는 유난히 돌봄 어린이 챙길 일이 많았다. 수업 전에도 후에도 아이들 챙겨야 할 일이 많은 해였다.) 세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도 우리 반에 많이 있었다. 한글 미해득 어린이도 우리 반에만 2명 있었다. 국어, 수학 기초미달 학생도 다른 반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학년의 센 어린이들이 유난히 많아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부터 동료들에게 위로 섞인 격려도 많이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전화상담으로 어머님들을 먼저 만났다. 다들 걱정이 태산이셨다.
"선생님, 아이들 가르치시다가 힘드시다고 그만두시면 절대 안 됩니다. 작년에 선생님이 그만두셔서 저희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저희 엄마들끼리 그랬어요. 우리 반 맡은 선생님 불쌍해서 어쩌냐고요."
"선생님, 만만치 않은 반을 맡으셨어요.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거예요."
"그 아이 때문에 전학 간 아이가 넷이 넘어요. 그 애를 선생님께서 어떻게 지도하실지 저희도 지켜보고 있을게요."
"반편성 보고 저희 엄마들 학교로 항의 전화 많이 넣었어요."
하... 하.. 하.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작년 학년부장을 찾아갔다. 왜 반편성을 이렇게 했느냐고. 나 죽으라는 거냐고.
그러자,
"누님. 저희 정말 열심히 반편성 한 거예요. 최대한 만나면 안 되는 아이들 다 떼어놨고, 최선의 방법으로 만든 게 그 반편성이에요. 센 아이는 센 아이가 누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누님반이 좀 세졌어요."
그래. 일 년을 겪어본 선생님들이 열심히 토의한 결과로 나온 것이 이 반편성일 거다. 하지만, 많이 아쉬웠다. 조금만 더 꼼꼼하게 들여다봐줄 순 없었나.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전년도 학년부장은 교류가 있던 선생님이라 이 정도 투정을 부릴 수 있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이런 말도 해보지 못했을 터다.
이 아이들이 진급할 때 나는 한 번 더 반편성 명단을 들여다보리라 마음먹었다.
아,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선생님들과 줌 회의로 반편성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반편성에 관련된 기본 밑 작업은 혼자 다 해야 했다.
각 반 선생님들께 받은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고려하고, 동명이인이 없는지 살핀다. 쌍둥이와 전학생을 가려보고 각 반의 성별과 함께 학생 인원수를 맞춘다. 그리고, 돌봄, 다문화등 선생님들의 손이 필요한 아이들도 각 반에 안배한다. 또, 만나면 좋지 않은 시너지가 나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모여있지 않은지 본다.
가편성이 끝난 후 한 반씩 아이들을 살펴보며 내가 이 반 담임이라면 학급 운영이 어떨까 상상해본다. 아이들의 친구 관계와 성격 등을 얼추 알아야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혼자서는 못한다. 줌으로 선생님들과 모여 한 반씩 들여다보며 아이들이 어떤 앙상블을 낼지 함께 이야기 나눠봤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떤 선생님에게는 1년이 달린 중요한 반구성이다. 하루의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내 마음에서 이 정도면 됐다, 할 때까지는 들여다보고 싶었다.
며칠을 몸부림친 끝에 오늘 드디어 최종안을 냈다.
이렇게 열심히 나눠놔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새 학년 생활은 펼쳐지겠지.
올해 나 역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
선생님들께서 나와 만나게 될 아이들을 구성하고 계시겠지?
최선을 다해 반편성을 했기에 나에게 올 아이들도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구성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