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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티 Feb 01. 2021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다현이는 몇 달 전부터 정원이를 좋아해왔다.

여자애가 먼저 고백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다, 얌전한 그 애 성격에

정원이의 답을 기다리는 일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원이는 의외로 다현이의 감정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질 않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다현이는 벌써 몇 달 째

이런 정원이의 반응에 대해 혼자 해석하면서 전전긍긍하던 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 애 일기는 온통 정원이 이야기 뿐일 수 밖에 없고

나 또한 어떻게 하면 정원이와 잘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답글을 남겼는데 


글쎄,

속 없는 남자애 몇이 그런 다현이의 일기를 돌려읽는 일이 생겼다. 

아침에 학교에 가니 다현이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있다.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제대로 말도 못하고 흑흑 거리고만 있다. 

에그..속없는 녀석들... 

우연히 펼쳐봤을 것인데, 하트가 막 떠다니고 정원이 이름이 도배 되어있으니 신기해서 저희들끼리 키득거렸을 법도 하다. 

애들치고 심한 장난은 아니지만,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됐다. 


남자애 몇을 색출하여 혼을 내고서는 다현이를 불렀다. 

"다현아, 남자애들이 너에게 한 일은 분명히 잘못된 거야.

하지만, 나는 네가 당당했으면 좋겠어. 넌 정원이를 좋아한 것 후회하니?"

 "몇 달 동안 정원이만 생각했던 네 마음이 부끄럽니? "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 네가 창피할 일은 없어.

 선생님도 다른 애들이 네 소중한 마음을 장난스럽게 생각해서 그건 속상하다만,

 네가 울정도로 나쁜 상황이라고는 생각안 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야. 오히려 일기를 훔쳐본 녀석들이 부끄러워해야지.

 아이들이 놀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그럴수록 어깨를 펴고 아무렇지 않게 살았으면 해.

 열 세살 때 참 많이 좋아한 남자애가 하나 있었다고 해서 네가 생각하는 나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그러니, 힘내. 알았지?"

 

멋진 우리 다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공부 시간에는 발표도 열심히 하고 속상한 티 내지 않고 씩씩하게 하루를 마쳤다.

그저 얌전하기만 한 줄 알았던 우리 다현이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던 건

역시 사랑의 힘인 거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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