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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19. 2021

린치핀(책 리뷰)

순응성의 탈피

세스 고딘(Seth Godin)은 <린치핀, Linchpin, 2010년 출간>에서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재상을 "어려운 문제 해결 능력이 있고, 조직과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그를 린치핀으로 부른다. 원래 린치핀은  마차나 수레바퀴의 살이 빠지지 않게 중심축에 꽂는 핀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사람들을 이어주며, 일을 만들어 내고,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창조하고, 어떤 규칙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모방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한다. 마치 아주 뛰어난 상품을 만드는 기술을 초격차라고 하듯이, 린치핀이라 불리는 사람은 초격차적인 정신력과 사고력, 그리고 추진력을 갖고 있는 독특한 사람이다. 린치핀적 인간은 그저 그런 톱니바퀴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예술가로 여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인간에게 숨어있는 린치핀적 특성에 대해 영감을 받고 변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서 저자는 "지금껏 우리가 적응하며 살아온 시스템은 쓰레기다. 시스템의 꼭두각시놀음에 끌려다니는 일을 그만둘 때가 됐다.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갈 시간이 찾아왔다. 현실에 안주하지 마라"라고 선언한다.     


저자가 보는 천재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서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예외적인 능력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다. 누구나 천재는 아니지만, 모든 사람도 가끔씩 천재성과 통찰력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조직문화는 조직원들에게 숨어있는 천재성과 꿈을 순응성으로 바꾸었고, 안정만을 추구하는 평균적인 사람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즉 사회와 조직이 "생각 없이 주어진 지시만 이행하고, 조직의 결정을 따르면 책임질 필요가 없다"라는 교육을 시켜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뇌를 통해 조직에 순응적인 사람을 필요로 했다. 노트 기록자, 착실한 지시 이행자, 사용법을 찾는 사람 등이 조직에 순응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린치핀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일 대부분이 표준화되고, 물건처럼 언제나 누구에 의해서도 대체가 가능해졌고, 인간의 노동이 기계에 의한 대체가 진행되는 자동화 앞에서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이다. 점점 출근만 하면 월급을 주는 회사 시스템이 약화되고, 대신 무언가 비범한 세계관을 가지고 특출한 업적을 내는 직원을 선호하는 기업문화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생각 없이 지시만 이행하고, 기계로 대체가 가능한 보통 직원들은 필요가 없고, 반대로 노트북 1대와 인터넷 연결만으로 세계적으로 공장 운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은 더 많은 아이디어, 창의성과 통찰력에 따라서 급여가 정해진다. 또한 기계적 순응 태도보다 열정과 잠재력의 발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평균과 안전을 추구하는 밑바닥을 향한 경쟁은 반드시 지게 되어있고, 정상을 향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아쉽게도 200년 전에 태동한 현재의 학교 교육방식은 순응적인 가치체계를 가르치고, 두려움과 겁을 내게 만드는 입시와 취업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무력하게 만든다. 저자의 생각으로는 학교가 순응력 대신 리더십, 사회성, 타인과의 연결능력 등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가 미래의 린치핀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육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는 정보는 자신의 고유한 판단력이 없는 한 무의미한 지식일 가능성이 크다. 타인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생각해내고, 연결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고 권한다. 린치핀의 자질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교육과 자기 노력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는 스킬이다. 저자에 따르면, 두려움에 대한 대응 방식이 보통 사람과 린치핀을 구분한다. 보통 사람은 두려움에 직면하면 해당 일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두려움을 회피하지만, 린치핀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인정하고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간다.      


조직 내에서 린치핀은 상사가 대우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격을 높여 나간다. 그는 무슨 일이든 이루기 때문에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하려는 순응적인 방식에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는 린치핀과 예술가는 비슷하다. 도전, 용기, 열정, 통찰력, 창의성, 현상유지에 도전하는 담대함 등이 비슷하다. 사람들이 정열을 바쳐 일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보통 사람들이 배우지 못하는 교훈을 배운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단지 자신이 적용한 방법이 효과를 내지 못했고, 자신이 택한 대상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다른 방법과 대상을 택할 뿐이다. 저자는 현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현실적 태도'라는 순응성이 우리를 진지하고 창의적으로 일하지 못하게 하는 교활한 음모라고 지적한다. 현 체제 유지를 위해서 기존 사회와 교육제도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가치관으로 본다. 순응성은 변화에 대해 저항하고, 비순응적인 행동을 안전을 해치고 위험한 것으로 여긴다. 물론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고 하면 당연히 걱정과 두려움이 따라온다. 저자는 미래의 린치핀이 주도하는 경제에서는 타인에게 자발적으로 창의적인 선물을 주는 사람들이 대체될 수 없는 승자로 남게 된다고 전망한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과거로부터의 배운 길을 맹목적으로 답습했고, 새로운 길을 배우지 못했다. 이 새로운 길의 도상에서 린치핀들이 예술가들처럼 안내를 할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영감을 받아야 진정으로 따른다. 당신이 사랑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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