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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인 우주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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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09. 2023

기본적인 인간성 회복 운동


사람들은 흔히 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남들 앞에서도 그런 말을 하지만, 혼자 있을 때도 "살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라고 독백을 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들은 많다.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몸이 피곤하거나, 세상 일이 내 뜻대로 안 될 때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힘든 진짜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란 다름이 아니고, 내가 정말 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꿈꾸는 이상적인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 친구건, 애인이건, 부부이건, 상관이건, 동료이건 상관이 없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우리가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그렇게 멋진 사람은 별로 없다. 모두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따스한 잔디밭 위에 편안하게 누워서 쉬고 싶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산책도 하고 영화관도 가고 싶은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과학 기술 문명은 대부분의 인간을 평균적인 부품으로 만들어 간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운 전인교육이란 것을 세상이 제공해주지 않는다. 아주 세분화되고 단편적인 분야에서 소위 말하는 전문성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삶이다. 우주나 국가를 생각하기는커녕, 나 자신의 복잡한 인생도 다루기가 어렵다. 눈만 뜨면 스마트폰을 봐야 하고, 너무나 많은 비번과 아이디를 기억해야 하고, 식당에 댓글을 달아 줘야 하고, 배민 할인 쿠폰을 사용해야 하고, 보이스피싱을 경계해야 하고, 수많은 단톡방과 이메일을 보고 답신해 주어야 한다. 너무나 세분화되고 기계적인 일에 우리의 정신을 빼앗긴다. 이러한 삶의 환경 속에서 주변 친구나 가족, 동료의 아픔을 내일처럼 생각해 준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내가 내 문제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이 상용화되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것은 불과 10년 남짓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유로운 영혼을 좀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다른 사람의 일에도 배려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길을 가다가도 다른 사람을 쳐다볼 여유도 있었고, 운이 좋으면 친구를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길이나 버스나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세팅 속에 있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게임 속의 아바타나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면 모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최대의 이윤을 남기려고 하였지만, 지금은 모든 개인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최대의 이익을 남기려고 한다. 친구도, 애인도, 배우자도, 심지어 부모도 나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관심과 배려를 베푼다. 모두가 그렇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작가나 작곡가, 번역 등 정신적인 창작 분야의 직업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되었었다. 그러나 ChatGPT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창작 활동마저도 인공지능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영혼이나 정신이 쓸모가 없어지게 되고, 동시에 인간의 삶의 구조가 너무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세상의 변화 속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따뜻하게 대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찾는 것처럼 어렵다. 그래서 요즘 모든 사람들이 점점 힘들어하고 있다. 어쩌면 경제적인 이유나 건강보다도 인터넷과 SNS,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여론조사, 수많은 광고로 구성된 21세기 삶의 환경이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일부 국가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가 2018년, 중국이 2021년도에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를 도입하였고, 미국 학교도 77%가 규제한다고 한다. 네덜란드가 내년 1월부터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든 디지털 기기 사용 금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실리콘 벨리의 사장들이 자신들 자녀에 대해 스마트폰 사용 규제를 하고 있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충동적 행동이 늘어나고  학습저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점들은 비단 어린 학생들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성인들도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되고, 점점 독창적인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가 있다. 부정적인 정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이 바로 우리 모두가 힘든 진짜 이유이다. 하루빨리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기본적인 삶이 힘들지 않고, 주변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도의 인간성이 회복되어야 한다. 오랜 세월 사회적 동물이었던 인간이 불과 수 십 년 만에 이미 기계적 동물로 변하고 있다. 무서운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기본적인 인간성 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과거에는 공중전화로 통화를 하면서도 연애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잘 살았었다. 좌파나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성파와 기계파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기본소득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삶이 회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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