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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인 우주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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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11. 2023

시대정신.

시대정신이란 말이 있다. 독일어로는 '차이트가이스트(Zeitgeist)'라고 한다. 민족정신 또는 역사정신으로도 불린다. 어떤 시기마다 나타나는 지적, 정신적 태도나 동향을 보여주는 경향을 의미한다. 18세기 후반에 독일을 중심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헤르더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헤겔은 "어떤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 정신이 있다"라고 보았고, 그러한 정신적 사조를 시대정신이라고 불렀다. 시대정신의 특징은 그 시대가 끝나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최근 역사에 대입해 보자면, 1970~80년대에는 산업화, 근대화, 1990년대 이후에는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나라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물론 시대정신이란 지금 시대가 끝나야만 규정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공통적으로 무슨 색깔과 모양의 정신적 옷을 입고 있는지 함께 커다란 거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진정한 선진화가 우리의 시대정신일 수 있다. 경제력이나 무역의 규모로는 세계 10위인 우리나라도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민주주의, 인권, 생명존중, 시민의식, 젠틀맨 사회 등 정신적 성숙도, 사회복지의 수준, 후진국을 돕거나 국제적인 협조 등 세계적 기여, 공정사회의 달성, 문화적인 성숙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물신주의, 부족한 사회복지 수준, 고독사, 영아살해, 내로남불 문화, 지독한 상업주의 문화, 편 가르기가 진동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분명히 극복되어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초반 우리의 시대정신을 굳이 표현하자면, "경제적인 선진화, 정신적인 후진화"라는 절름발이 상태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세대 간, 남녀 간, 정당 간, 빈부그룹 간, 심지어 가족 간의 갈등이 늘어나는 이유도 우리의 시대정신이 일관성을 상실한 모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이란 그 사회를 지배하는 갈등을 뛰어넘는 정신적 태도이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독립운동과 같은 가치관이 시대정신이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 사회에는 지금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태동하지 못한 상태라고 여길 수 있다. 경제적 선진화나 세계화 등은 진정한 시대정신이 아니다. 사자새끼와 양의 새끼가 서로 돌봐주고 평화롭게 사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화가 달성된 상태이다. 비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정신이 아직 없지만,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어떤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류라는 매력의 등장,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외침의 증가, 가난한 나라를 돕고자 하는 많은 국민들의 기여, 인류 전체의 성장을 위한 가치에 동참하려는 정치적인 관심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관심이 없었던 세계인들이 점점 우리나라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좀 더 공정하고, 인간 친화적이고, 깨끗하고, 예의 바른 사회를 원하고 있다. 현재의 누더기 같은 선진화라는 시대정신이 진정한 선진사회로의 지향이라는 시대정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계의 마모음이 심하면 사회 전체의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만 심해진다. 형식적인 말장난과 관념적인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한국인의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열을 조장하는 길거리의 플래카드가 사라지고, 진정으로 세계 속의 한국을 꿈꾸는 지도자들이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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