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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인 우주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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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12. 2023

시각과 청각의 객관성 훈련

사람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라는 오감을 통해서 외부세계를 인식한다. 미각, 후각, 촉각의 정보는 뇌 속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해석된다. 단맛의 음식은 달게 느껴지지, 짜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약한 냄새도 향기롭게 느껴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고약한 악취감을 준다. 어떤 물건을 만질 때도, 딱딱한 물건은 그대로 딱딱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맛을 느끼는 미각, 냄새를 맡는 후각, 그리고 촉감을 느끼는 촉각은 정직한 편이다. 그러나 사물을 보는 시각과 소리를 듣는 청각이 입수한 외부정보는 뇌 속에서 잘못 해석된다. 외부정보에 소위 나의 관점이나 의견이 첨가된다. 따라서 착시현상이나 환청현상이 발생한다. 10명의 사람이 똑같은 물체를 보고도 나중에 본 것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10명의 사람이 묘사하는 내용이 다르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 하는 말 전달하기 실험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10명이 옆으로 서서 각자 좌측 친구가 전해준 말을 우측의 친구에게 전달한다. 처음 친구가 했던 말이 10번째 친구에게 전달될 즈음에는 완전하게 다른 메시지로 바뀌어 있다.

반면, 10명이 뜨거운 물을 마시면, 모두 뜨겁다고 반응하지 누구는 물이 차다고 하지 않는다. 세상에 회자되는 모든 소문이나 가십이 이런  청각정보의 왜곡 과정을 거친다. 전달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축소되어 나중에는 엉뚱한 정보로 변질된다. 이처럼 인간의 중요한 안테나인 오감 중에서 미각, 후각, 촉각이 진실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시각과 청각은 인간의 자기편향성, 내면의 가치관의 영향을 받아서 아예 외부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객관성을 상실한다. 즉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을 선별해서 취하는 경향이 있다. 미각, 후각, 촉각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체 유지에 기여한다. 현대인의 시각과 청각의 정보는 사람의 이성을 통해 생각, 기억, 상상하는 기능의 기초재료로 쓰인다. 물론 늘 생명의 위협이 존재했던 과거 원시시대에는 사람의 시각과 청각정보도 생존유지에 우선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기에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수집되고 뇌 속에서 객관적으로 해석되었을 것이다. 만약 사자를 양으로 잘못 보았다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은 수렵시대에 비해, 기본적인 안전이 확보되었고 길 위에서 생명에 대한 위협이 거의 사라진 환경에서 살고 있다. 대신 교통사고나 큰 신체적 위험이 있을 때는 무뎌진 시각과 청각을 보완해서 잠재의식이 순간적으로 작동해서 몸을 피하게 한다. 위험한 순간에는 객관적인 외부상황 인식에 무뎌진 시각과 청각 대신 잠재의식이 발달한 것 같다. 또한 현대인은 조상들에 비해 인지가 너무 발달해서 뇌의 기능이 단순한 생존유지를 뛰어넘어서 수많은 외부정보를 분석, 해석, 가공을 통해 개념을 수립한다. 따라서 현대인의 시각과 청각이 입수하는 외부정보가 뇌 속에서 자기 편향적인 왜곡을 심하게 경험한다. 한편, 사람은 시각을 통해서 77% 정도의 외부정보를 수집하고 13% 정도를 청각을 통해 입수한다. 각, 후각, 촉각을 통해 입수한 정보는 모두 합쳐도 10%도 안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람이 수집하는 외부정보의 90%를 차지하는 시각과 청각정보가 객관적이지 않다.

그래서 심리학이나 뇌과학에서 주로 시각과 청각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생각과 느낌을 너무 믿지 말라고 권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생명유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계속해서 그릇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편향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생각이나 신념체계에 따라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세상을 점점 더 객관적으로 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렵시대 사람들처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시각과 청각을 재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각, 후각, 촉각은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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