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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인 우주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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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08. 2023

개인적인 영혼의 소멸


아주 먼 우주에서 온 우주선이 도착하였다. 비록 몸은 아직 이 땅에 서 있지만, 내 영혼은 이제 몸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영혼이란 우리의 몸과 오감을 초월하는 빛과 같은 연결고리다. 개인적인 영혼이 떠난 육신이란 어떤 상태일까? 흔히 지정의로 풀리는 영혼의 3대 요소인 지성, 감정, 의지가 대전환을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인생에서는 나의 개인적인 지성, 감정, 의지가 작동했다면, 지금부터는 우주적인 영혼이 내 몸을 운영한다는 의미이다. 나의 생각, 감정, 의지가 사라지고 나의 삶이 우주적인 힘에 이끌려 흘러가게 된다. 더 이상 인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주변에 대한 통제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나의 모든 발걸음과 움직임, 생각과 느낌이 신의 손에 있는 리모트 스위치에 의해서 나타난다.

개인적인 영혼을 실어갈 우주선이 도착하기 전에 오랫동안 여러 가지 신호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그런 신호들이 단지 우연이라고 생각했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점점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물론 어떤 목소리가 아니라, 사건이나 만남을 통해서 나타난다. 10년, 20년 전에 꾸었던 꿈의 장면들도 불쑥 기억이 난다. 어떤 날은 20년 전에 친했지만 그 후 전혀 만나지 못했던 지인 2 사람을 길에서 1시간 단위로 각각 만났다. 첫 번째 사람과는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두 번째 사람은 그냥 스쳐 지나갔다. 우연 치고는 너무나 놀라워 아는 체를 하기가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 알았다. 이 모든 현상은 내 몸의 주인이 나의 에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내가 무슨 계획을 세운 것 같고, 내가 선택을 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모두 이미 정해진 우주적인 흐름임을 알게 됐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 기억, 감정, 의지, 희망이 모두 피어나는 꽃잎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잎은 피고 진다. 전자, 바이러스, 개미나 벌들은 에고가 없다. 그냥 우주적인 흐름 속에서 생겨났다 사라지는 현상일 뿐이다. 인간도 전자로 이루어졌고, 전자들의 춤이 육체와 정신이라는 현상을 만들 뿐이다. 개인적인 지성, 감정, 의지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삶과 죽음도 에고가 만들어낸 병적인 개념이다. 우주적인 영혼이 내 몸을 인수하면, 영원한 생명의 흐름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면 우주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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