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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청소스케줄 관리법

by 슈퍼버니

오늘은 아침부터 둘째 아이와 씨름하였다.

아이는 아침부터 무엇이 그리 기분 상하게 했는지, 아침식사를 다 차릴 때까지 식탁 앞에 앉지 않았다.


등원 준비에 혼자 조급했던 엄마는 아이가 얘기해 주길 초조하게 기다려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손을 잡고 마주 앉은 아이의 입에선 '누나가 자리에 앉았어'라는 짧은 말이 나왔다.


아.... 앉고 싶은 자리가 있는데, 선수를 뺏겼구나...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자리는 평소 저녁식사 때 내가 앉아 밥을 먹는 자리이다.


화장실을 마주 보는 그 자리가 왜 좋은지, 아이들은 아침마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한다.


결국 아침식사도 제대로 못한 아이는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 등원해야 했다.



우울이 드리웠던 3년의 시간 동안 나는 두 아이와 좁은 집(첫 신혼집)에서 끊임없이 지지고 볶고 하며 내 감정과 싸워야 했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건 내 마음과 달리 쉽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부족함과 남편의 무관심을 원망했다.


그런 상황에서 부족한 내가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청소였다.


청소는 나를 실망시키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항상 내가 하는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결과가 나왔다.


아마, 나는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나 보다.


나의 의지를 벗어나는 육아에 지쳐있을 무렵, 청소는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원책이었다.


매일 바닥에서 윤이 나도록 걸레질을 했고, 돌돌이는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 한 톨도 외면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도 청소를 막- 좋아하지는 않지만 청소와 청결에 대한 강박적인 태도, 습관은 그대로 남아, 청소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희한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깨끗한 집을 보면, '그래,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함을 느낀다. (이젠 글 쓰는 일도 잘하지!)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계획을 짜서 청소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매일매일 쓸고 닦기를 반복했지만.. 우울한 시기가 지나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청소 말고 다른 관심사도 생기고 똑같은 청소를 매번 반복하는 것은 점점 지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젠 메모 노트 앱과 스마트폰 캘린더를 활용해서 그날그날 계획한 청소를 한다.


아래는 현재의 청소 리스트이다.


연 2회​

커튼 세탁

베개솜 세


2개월에 1회

샤워타월 교체

공청 종이필터 교체

냉장고 베이킹소다 교체


월 1회

이불세탁(첫째주:슈.싱2, 셋째주:킹)

이불살균(첫째주:킹, 셋째주:슈.싱2)


매달 1일

건조기 열교환필터 청소

세탁조 청소

냉장고 청소&먼지 제거

주방, 욕실 수세미 교체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

청소기 먼지통 비우기

후드 청소

수저 소독


격주 월요일

퍼즐매트 들고 바닥 환기

에어컨 필터 청소

창문&창틀 닦기


매주 월요일

tv 먼지 제거

제습기 물통 세척

쿠션&베개커버 교체

베개솜 살균 건조

정수기 부속품 세척

현관&바닥 닦기


매주 월, 목

물걸레 청소

화장실 청소


매일​

환기

청소기

바닥&이불 돌돌이


보면 매달 1일, 월요일에 리스트가 많이 몰려있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지만, 만약 그날 다 실천하지 못해도 다음날 이어서 하면 되니까 굳이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진 않는다.


위의 청소 리스트는 메모 앱에 저장해 두고,

실제 청소 스케줄은 캘린더로 관리하고 있다.



청소 주기에 따라 색깔별로 구분한 후, 캘린더에 모든 청소 목록을 적었다.

이중 완료한 목록은 그다음 청소 날짜로 일정을 변경 저장한다.

예를 들어,


3/10 월요일 청소 목록 중 '제습기 물통 세척'을 완료했다면, 그다음 주기인 3/17 월요일로 변경 저장하는 것이다.


이번에 찾아보니 청소 스케줄 관리 앱도 있던데,

나는 이 방식이 익숙하기도 하고 보기도 편해서 당분간은 이대로 관리할 것 같다.


어느 날은 오전 30분, 어느 날은 오전 내내,

또 어느 날은 오후 2~3시까지 청소 일과가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계획을 가지고 청소를 하니,

그날그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추가해 일정을 짜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나는 오늘도 청소를 했고, 내일도 청소를 한다.


한때 내 기분을 좌지우지했던 청소는

이제 나의 하루를 '평안'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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