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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면 뿌듯한 살림 DIY

수건선반/식탁보호매트/빨래걸이 만들기

by 슈퍼버니

어릴 적부터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할 수 있는 걸 좋아했던 나는 뜨개질, 그림 그리기, 글쓰기, 다이어리 꾸미기, 종이접기 등등 다양한 활동으로 혼자 노는 시간을 보냈다.

결혼을 하고 집에서 살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불편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가정주부가 된 지금도 집안 곳곳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또다시 손으로 사부작사부작거린다.


그래서 우리 집엔 내가 해놓고 나 혼자 뿌듯한 몇 가지가 있다.



1. 처음 이사 왔을 때 마음에 들었던 것 한 가지는 화장실에 창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 집은 창문이 없어 환기가 오래 걸렸는데, 이제 창문이 있으니 습한 기운도 빨리 빠지고, 환기도 잘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습함과 창문은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화장실 수납장에 넣은 수건은 이상하게 축축한 느낌이었다. 분명 건조기에 넣고 뽀송하게 말렸는데, 왜 사용하려고 꺼내면 이미 사용한 수건처럼 젖은 느낌이 드는지.


수건의 위치를 바꿔보자 해서 화장실 문 옆에 작은 선반을 두어보기도 했지만, 막상 화장실에 들어갈 때 수건을 깜빡 잊고 들어가게 되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문걸이형 선반이 있으면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온전히 수건만 담기에는 선반 바구니의 크기나 개수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이소에 가서 문걸이형 고리, 네트망, 바구니를 사 와서 직접 만들었다.


오로지 수건만 넣을 거라 바구니는 같은 크기로 통일했고, 수건을 뺐다 넣었다 하기 쉽도록 바구니 간 간격까지 꼼꼼히 재어 만들었다.


네트망과 바구니는 케이블 타이로 고정. 문을 여닫을 때 쿵 소리가 나지 않게 네 군데에 케이블 홀더를 붙였다.


수건을 넣고, 참 뿌듯했던 수건 선반.

1년이 지난 지금 용도는 바뀌었지만, 한번 만든 선반은 변함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2. 우리 집 식탁은 이사 오기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가성비 좋은 4인용 나무 식탁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 수저든 그릇이든 탕탕 놓으며 장난을 치니, 소리도 크게 나고, 그릇도 깨질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서 식탁 보호매트를 알아보았지만 변색, 이염될 수 있다는 단점도 때문에 내 마음에 차는 것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투명한 pvc 식탁 매트와 우리 집 식탁과 비슷한 나무 무늬 시트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 식탁 매트를 평평하게 펴고, 냅다 시트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공기가 들어갈 때마다 시트지를 뗐다 붙였다 반복했고, 작은 공기는 바늘로 콕콕 찍고 손으로 눌러가며 뺐다.



​그렇게 완성한 우리 집 식탁 보호매트.

기존의 나무결을 시트지로나마 즐길 수 있어서 좋고,

탕탕 수저 놓는 소리, 그릇 소리도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한결 나아진 듯하다.

적어도 그릇 깨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



3. 남편의 와이셔츠는 구김 방지 셔츠다. 건조기에 돌리면 구김 방지 기능이 덜해진다는 말이 있어, 세탁기에 돌리고 나면 항상 세탁실 문 커튼 봉에 걸어 말리곤 했다.


세탁실에 천장형 빨래건조대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퇴거 시 원상복구가 원칙인지라 쉽사리 해보지 못하고, 커튼 봉에 걸기를 몇 개월.. 세탁실을 드나들 때마다 머리에 걸리는 와이셔츠들이 여간 거슬렸다.


세탁실에서 편하게 말리자! 결심하고 곧장 다이소로 가 압축봉 하나를 사 왔다.


거기에 내 단골가게 쿠팡에서 압축봉 고정 홀더도 구매해 세탁기 위 천장 가까이에 압축봉을 설치했다.



발꿈치를 들어야 옷을 걸 수 있지만, 세탁기 문에 걸리는 것이 싫어 굳이 의자를 끌어다 올라가서 높은 곳에 압축봉을 설치했다.


압축봉 고정 홀더를 이용하니, 무게감 있는 맨투맨도, 와이셔츠 2~3벌도 끄떡없다.


이젠 세탁실을 드나들 때도 편하고, 세탁기에서 셔츠를 바로 꺼내 걸어 동선도 짧아졌다. 세탁실 창문을 항상 열어놓는 요즘엔 반나절이면 옷이 마른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했더라.. 사부작사부작거리는 걸 좋아하는 내가 해놓고 나 혼자 뿌듯한 일들이라 했던가?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일들인데, 전업주부가 되니 이런 것들이 다 굉장한 업적을 세운 것 같고 괜스레 며칠 동안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 혹, 언젠가 살림이 무료해질 때,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을 때.. 지금 이 뿌듯했던 일들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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