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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버리는 즐거움》을 읽고

미니멀라이프 가치관과 집 가꾸기를 얘기하다

by 슈퍼버니

나는 '버리다'라는 말보다 '비우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버리다'는 왠지 쓰레기통에, 분리배출용 봉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지만, '비우다'는 쓰레기통에 넣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을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사용하지 못할 만큼 낡고, 망가진 물건은 쓰레기통에 비우지만, 그저 내게 더 필요하지 않은 깨끗한 물건은 나누며(때로는 중고거래하며) 비우는 것.


'비우다'에는 이제껏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방법들이 담겨있다.



몇 달 전 아침,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대여해 읽었다.


'버리는 즐거움'이라는 일본 작가 야마시타 히데코의 책인데, 제목을 보자마자 '... 버리는...?' 하면서 거부반응이 일어 하마터면 빌려오지 않을 뻔했다.


하지만 깔끔한 표지가 마음을 끌어당겨 속내용을 좀 살펴보고 나니, 도움이 될 것 같아 대여해 왔고, 책 내용 그다지 길지 않아 하루 만에 술술 다 읽었더랬다.


일단 책 제목을 보고 그대로 내용을 유추하면 안 되었다.(그런 사람 여기 있어요-)


이 책은 물건을 비우고 나누는 것보다, 이후 정리된 집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작가)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이 많았다.


개중에 분명 나의 방식과 맞지 않는 것도 있다. 키친타월을 이곳저곳에 두고 쓴다던가, 설명서를 버리고 콜센터에 전화한다던가..


예전에 잘 읽었던 1일 1개 비우기 관련 책보다 개인적으로 엉덩이를 움찔움찔하게 하는(실천해 보고 싶은) 자극은 적지만,

가족이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단정하게 유지하고 또, 마냥 단조롭지 않게 꾸미며 자기만족을 찾는 부분은 내 방식대로 적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작가는 선물 받은 그림을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 보고, 그 외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물건(장식품, 그릇, 컵 등)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 집엔 아이들의 그림이 냉장고 문에 멋들어지게 붙어있다. 냉장고 문은 우리 집에서 가장 알록달록하고 회전율이 좋은 미술관이다. 보는 재미도, 매일 새로운 그림으로 바꾸는 재미도 있다.


또, 보면 힐링이 되는 장식품이나 물건은 없는 것 같지만, 쓰임새가 좋고 편해서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물건은 많다.


직장인 시절, 호기롭게 스타벅스에 들어가 내돈내산 한 텀블러는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좋아하는 나의 든든한 아이템이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구매한 작은 스툴은 안방에 두고 협탁으로 쓰면서 종종 손님이 온 날 식탁 앞으로, 커튼 교체용으로, 전구 갈기용으로 두루두루 잘 사용하고 있다.


신혼 시절, 비싼 혼수템을 마련하는 대신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산 중저가 브랜드의 4인용 식기세트는, 험한 주인을 만나 이제 접시류밖에 남지 않았지만, 무난한 화이트 색상이 반찬을 올리면 보기 좋고 더 맛깔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최근 2-3년 사이 구매한 스테인리스 소재의 프라이팬, 냄비류는 앞으로 오랜 시간 나와 합을 맞춰 주방에서 일할 멋스러운 친구들이다.


《버리는 즐거움》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를 또 한 번 되짚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비움을 실천하고, 가급적 물건을 새로 들이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니멀라이프.

지금의 단순한 삶에 감사함을 느끼며, 가족에겐 다정한 집을 가꾸는 미니멀라이프.


그리고 우리 집 살림에 더 정을 주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엔 화려하고 멋스러운 작품, 그릇은 없어도 내 손길이 묻은 집안 살림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안정감, 편안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혹시 자신만의 미니멀라이프 가치관을 고민한다면, 또 단정한 집을 가꾸는 것에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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