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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Apr 26. 2021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

<얼마 전 속상한 마음을 적어 아내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얼마 전 속상한 마음을 적어 아내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오늘도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

큰 애는 밥을 먹고 있었고, 둘째가 내 핸드폰을 몰래 가져간 걸 보고 달라했더니 생떼를 쓴 거야.

이전에도 여러 번 똑같은 상황이 있었지!

나도 흥분해 혼을 내고 소리 질렀지. 잠시 싱크대에 간 사이 눈이 마주쳤는지 왜 쳐다보냐며 소리 지르고 방으로 달려가 둘이 싸우고, 결국 나한테 큰 소리 듣고, 큰애는 울면서 밥을 안 먹겠다고 했어.

그 뒤에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냥 생략하고.     

내가 오늘 화가 올라 생각을 말하려 해.

매일 같은 상황에서 서로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해서는 안 될 말과 폭언이 반복되는 게 힘들다.

어떻게 해야 될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 생각을 말하고 싶어.

우리 가족을 위해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을 적어봤어.     


#부부간 대화

  우리 부부는 대화가 많이 부족하지. 솔직하지 않고(특히 부부의 성 문제는 말할 수 없이 아쉽다.)  

  나는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어.

  내가 섹스리스라 말하면, 당신은 웃어넘기는데. 일 년에 몇 번 잠자리가 우리가 갖는 전 부지.

  이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남자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도 소심 해지네. 부부관계를 정중하게  물어

  보고 상황에 맞춰 신사답게 사랑을 나누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   

  왜 당신은 나에게 원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솔직했으면 좋겠는데. 원한다면 원한다고, 진짜 싫으면 진심으로 싫은 이유를 말해 주는 게 남편에 대한  

   배려라 생각하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싶은 건지  

  아이들을 어떻게, 어떤 원칙으로 키우고 싶은 건지 말해주면 좋겠어.

  나는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게 하고, 당신은 존댓말은 불편하다고 말하지.

  적어도 할아버지나 친지 어른들께는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아이들이 가족 어른들에게 막 말을 할 때면 화가 나.

  당신이 아이들과 존댓말을 쓰지 않아도 어른들을 대하는 기본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좋겠다는 바람이야.     


#핸드폰 사용

  핸드폰 사용 때문에 서로가 많이 힘들지.

  조금 힘들어도 작은 아들은 주말에만 보게 하면 어떨까 싶어.

  큰애는 하루 3시간만 보게 하고, 평일에는 7시부터는 핸드폰 안보는 걸로 하면 어떨까.

  저녁에는 서로 핸드폰 보지 않고, 가족끼리 시간을 갖는 게 좋을 듯싶어.

  집에다 핸드폰 함 만들어서 넣어두거나 이런 방법도 있긴 하더라고.            

   

#밥 먹는 시간

  식구들이 밥 먹는 시간을 정해놓으면 좋겠어.(밥 먹어라, 왜 안 먹냐, 또 차리냐 이런 말 없게)

  아이들도 식사시간 지키고, 그 시간에만 밥 먹을 수 있게 습관들이면 서로 좋을 듯 해.

  나는 늦는 날은 밖에서 먹고, 집에서는 안 먹는 걸로.  

  시간은 아침 8시,  점심 1시,  저녁 7시

  식사시간에는 핸드폰이나 TV 보지 않고, 밥만 먹었으면 좋겠고.

  식사시간 지나면 밥 차리지 않는 걸로.

  아이들 간식시간은 별도

  당분간은 과자나 사탕 같은 간식거리는 집에 놓지 않았으면, 집에 있으면 먹기 마련인데. 그걸 먹는다고

   야단치니 이상하잖아. 그것 때문에 밥 먹는 것도 소란이 나고.     

  

#아이들 공부하는 시간

  애들이 시간표 정하게 하는 걸로...

  공부하는 시간, 노는 시간, 핸드폰 보는 시간을 정하도록 하면 좋을 듯.

  잠자기 전에 하루 일과 체크하고, 다음날 일정 확인해서 서로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면 좋을 듯싶어.     

#아이들 잠자는 시간

  저녁 10시 30분 취침

  그전에 챙길 것들은 미리 챙기기 (책가방, 공부 책, 학용품, 입을 옷)

  숙제하는 시간 9시 이전     


#아침에 일어나기

  7시 30분 기상, 8시 식사, 8시 30분 옷 입고 출발             


내가 예전에 100인에 아빠단 참여하고, 이번에 상담도 신청하고 그런 건 어떻게든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잘 살아보자고 그런 거지. 뽀송이, 수족관, 병아리, 오리를 데려와 키우는 것도 애들과 이야깃거리를 만들려고 시작한 건데.

이 대목에서 당신한테 아쉬운 게 있어. 나는 나름대로 변화해보려고 여기저기 찾아보는데. 당신도 좋은 생각과 방법을 말해주면 좋을 텐데. 언제나 아무 말 없는 당신이 밉다.     


당신과 나 참 무능하고 나쁜 부모다.

애들한테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지적하고, 괴롭히고, 평가하고, 부모가 하라는 데로 하기만 바라니.

나 어렸을 땐 우리 아버지가 술 드시면 밤새 주정 때문에 힘들었는데.

공부하라고, 공부 안 한다고, 공부 못한다고 야단맞진 않았지.

오히려 스스로 알아서 살았지.

    

우리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요구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누구나 다 하는 거니 해야 된다. 그런 건 하지 마라.

근데 가장 큰 문제는 기준도 없으면서 기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지.

핸드폰만 해도 그렇지. 보여주는 날, 오래 해도 되는 날, 맨날 하니 안 되는 날.

그냥 부모 맘이지. 진짜 웃긴 거잖아. 그래 놓고 우린 애들 탓하고 성질내지.

        

당신도 요즘 많이 힘들지. 나도 그래.

일을 안 하면 돈이 안 들어와 궁하고(말 못 할 뿐).

일할 땐 일해서 힘들지.

어떤 사람들은 ㅇㅇ 얼마 번다면 와하는데.

그냥 버는 건 아니잖아. ㅇㅇ 벌려면 여기저기 지방까지 찾아다니며 250번 이상 만나야 하는데.

운전하면 피곤해서 졸고, 대중교통 이용하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움직이고,

보고서 쓰고, 컨설팅 잘했니, 못 했니 평가받고. 삶이 그래.

그래도 감사한 거지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다는 게.

내가 어느 순간 일에 노예가 되어, 집에 오면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 상황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 그래서 일을 줄여야겠다 생각했고, 나 자신에게도 선물을 줘야겠다 생각해서 중고책을 사기 시작했지.

방안에 책들 제목만 봐도 힘이 생겨, 좋은 에너지가 나오나 봐.     


당신도 나도 살아온 길이 다르고, 앞으로 원하는 삶도 다를 수 있겠지.

내 주변에는 잘 나가는 사람, 똑똑한 사람, 돈 잘 버는 사람들도 많은데.

정답이야 없겠지. 그냥 내가 좋으면 그게 최고고, 가장 큰 행복일 수도.

당신이 얼마 전에 혼잣말로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

35살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간다 해도 바뀌는 것이 없을 수도 있잖아.

지금 있는 그대로 행복하면 좋은 거고, 조금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살아가는 거지.     


오늘따라

의정부 집에 혼자 있는 엄마가 외롭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남동생이 빨리 결혼했으면,

여동생이 예쁜 아이를 가졌으면,

처형이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했으면,

아버님(장인), 어머님(장모) 살아계실 때 더 자주 뵙고,

가족의 정을 나눴으면 하는데

삶이 바쁘다는 이유,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핑계로 생각에 머무네.     

두서없이 주절주절

화가 나서 쓰려던 것이, 이런저런 마음을 적게 되었네.     

우리 색시 사랑하고,

마음 아프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서로 맘 아프게 하지 말고,

감사하며 살자.

애들은 우리 아들이라 생각 말고

한 사람으로 잘 이끌어주자.   

  

당신은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올해는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네.     


오늘은 먼저 씻고 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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