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그 말 아껴둘 걸 그랬죠. 이제 어떻게 내 맘 표현해야 하나 모든 것이 변해가도 이 맘으로 그댈 사랑할게요. <내게 오는 길 / 성시경> 10년 전 부부가 하나 되던 날. 그때의 노랫소리가 라디오를 따라 달곰히 내 귓가에 스몄다.
매일 밤마다 맘속으로 되뇌는 말. 당신을 사랑한다고.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이. 내 맘을 감춘 채 중얼대듯 되뇐 시간이 깊어질수록 혼잣말도 그렇게 켜켜이 쌓여갔다.
시간의 흐름 속에 모든 것이 변해가듯 아내의 생체 시계도 세월의 흔적을 거스를 순 없었나 보다.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아내의 머릿결 사이로 한 가닥 새하얀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거울을 보던 아내는 세월에 흐름이 야속했던지 흰 머리카락 한 올을 솎아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내에게 마음을 감춘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달을 벗 삼아 지내던 그때였을 거다. 숨 돌릴 틈 없이 빽빽한 일상의 고단함을 고요한 새벽 달빛을 보며 위안 삼고, 적막한 밤 돌아오는 길에 희망의 꿈을 나누며 달을 벗 삼던 그때.
부부의 안부는 저녁밥은 먹었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하루를 지냈는지.
서로의 하루를 묻지 못하고, 삶에 걸음을 말하지 못한 채 어느새 익숙함으로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고단한 하루를 뒤로하고 잠을 청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마주한다. 곤히 잠자는 아이들 엉덩이에 손을 얹어 잘 익은 수박을 어루만지듯 통통 두드리면 자잘한 진동과 울림을 느낀다.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뽀얀 이마를 어루만지고, 잘 놀아주고, 건강하게 조금 더 자란 고마움과 대견함을 사랑에 온기로 심어 본다.
두 아들 사이에서 잠을 청하는 아내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바위처럼 무거운 입을 꾹 다물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오늘도 한 올 흰 머리카락이 새로 생겼구나.
10년 전 아름다웠던 사랑을 떠올리며, 마음을 담아 노랫말로 대신하련다.
모든 것이 변해가도 이맘으로 그댈 사랑할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노랫말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 아껴둘걸 그랬나 보다.
다음번에는 용기 내어 내 마음을 전하련다.
함께 해준 당신 지금도 여전히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