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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Jul 06. 2020

나를 안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은

숨겨진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예술과 사회복지, 설득에 흥미를 보이고, 사실 중심의 말하기와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하지만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 체계와 구조를 갖춘 환경에서 꿈을 그리며 펼쳐내는 내 안의 사고와 감정, 의지를 담은 자아의 일부를 마주했다.     


드러나지 않는 마음속으로 다가가는 일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것을 본다. 때로는 눈앞에 보이는 사실조차 다른 것에 집착하여 알아채지 못하는 주의력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 너 자신을 알라 했을까.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특성이 때론 서로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   

   

반복된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중 하나는 아이들과의 소통이다. 밥 먹을 땐 유튜브와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원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투정을 부리거나 울지 않기를 바란다고, 잠자리에 들기로 약속한 10시를 지나 12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시계 초침을 볼 때 면, 인내를 시험받는 일상 앞에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이해 못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인데.   

  

 날부터 마음속 감정 샘물이 메말라갔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듯 바싹 말라버린 감정 샘물은 아이들의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에도 폭발하고 이내 분노로 표출됐다. 무슨 까닭이었을까. 어느 날에야 비로소 모든 원인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몰랐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관계와 소통의 방식을 원하는지. 자신을 몰랐기에 다른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유튜브와 스마트폰을 보며 밥 먹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었을 텐데, 투정을 부리고 울음을 터뜨린 건 채우지 못한 욕구를 표현한 방법일 뿐이었을 것을. 모든 것을 자기 관점과 자아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이 잘못된 것이었으리라. 어떤 누구의 선택이 잘못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은 모두 다르고,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고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정중히 내 마음을 표현하련다. 흰 종이에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몇 글자를 끼적댔다.    

 

『아빠는 대화로 소통하는 방법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과 생각을 원합니다. 어떤 물음에 조금 머뭇거림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말할 땐 짜증 내거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마트폰을 보는 건 좋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땐 힘들어요. 바로바로 요구(원하는 것을 사주고, 원하는 곳에 가는 것, 원하는 활동을 하는 것)하는 걸 모두 들어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땐 미리 말하고 약속을 정했으면 좋겠어요. 약속을 잘 지킨다는 건 변함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그런 가족이 되길 바래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마음속 아빠가』

      

내가 그랬듯 아내와 아이들은 흰 종이 위에 몽당연필을 눌러가며 마음을 그려간다. 나를 안다는 것은 비로소 가족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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