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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Jun 21. 2020

일상은 역사가 된다

가족신문

삶에 기억을 기록하고 그것이 역사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멋진 일이 아닐까.   

   

이른 새벽의 아침을 알리는 발자국 소리. 모두가 잠든 사이 어둠을 밝히는 사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하루를 열어주는 고마운 사람의 흔적들이다.


일간신문을 구독한 지 십 년째다. 이른 아침 현관 앞에 살포시 놓여 있는 신문 속에는 과거의 역사와 오늘의 삶, 내일의 희망이 공존한다. 인간 세상의 따뜻한 이야기는 가슴을 울리고, 때론 우리 삶에 슬픈 그늘의 이야기로 먹먹함을 더한다. 그 속에는 그렇게 삶이 있고, 역사의 자취가 묻어 있다.   

  

기억의 파편으로 얼기설기 엮여 있는 가족의 삶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기억으로 간직하기엔 부족했던 그래서 무심코 흘려보내야만 했던 수많은 흔적들. 그래 가족이 걸어온 길을 담아보는 거다. 가족신문은 이렇게 시작됐다. 신문스럽게 헤드라인도 만들고, 일주일 동안 있었던 각자의 삶과 이정표를 새겨가며 주변 자연과 사람을 담아냈다.     


기록은 세상 만물의 신비로움과 시간의 흐름을 알아가며 채우는 법을 깨닫게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일상 속 다른 삶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천진난만한 아이의 하루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되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가는 것. 하루만큼 더 성장하고 조금 더 늙어가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어제 보이지 않던 풀꽃이 싹을 틔우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교차하는 오늘을 담아내는 것이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보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말았던 무수한 삶에 조각들. 그렇게 가족의 삶과 기억의 흔적은 한 페이지의 역사로 채워나간다.  

   

이렇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역사의 흔적을 채워가는 삶이 행복하다. 소소한 삶의 흔적은 걸음의 자국으로 채워지고 비로소 가족의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2020년 가족의 오늘은 이렇게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영원히 간직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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