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폭주하다.
나는 다시 한번, 학교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어요. 이번에는 우리 학과 학생들뿐만이 아니었어요. 전교생이 알아보았어요. 다른 과 교수님들도 지나가다 돌아볼 지경이었어요. 나는 학교 본부의 성폭력 진상 조사 위원회라는 곳에 불려 다녔어요. 우리 과 여학생 몇 명도 같이 갔던 것 같아요. 지루한 나날이었어요. 누군가 소셜미디어에 내 얘기를 올렸고 그 소문이 퍼져 기자들까지 찾아와 귀찮게 굴었어요. 나는 주목받는 것이 싫었어요. 고등학교 시절의 지도희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있어도 없어도 알 수 없는 투명인간 같은 사람이요.
여론에 떠밀려, 학교의 정식 징계가 내려지기 전에 교수님은 학교를 떠났어요. 하긴 너무 보는 눈이 많았던 데다가, 교수님의 전력이 이미 화려했기 때문에 덮으려고 해도 덮힐 만한 게 아니었어요. 남의 손으로 당할 일을 자기 손으로 먼저 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내가 학교에서 무슨 영웅이 된 것도 아니었어요. 나도 꿈을 잃게 되었어요.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조교직에 남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죠. 어떤 교수님도 나를 조교로 원하지 않았어요.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아니 그까짓 것을 두고 친구들 앞에서 교수님을 모욕한 죄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세상을 티도 안 나게 조금 평화롭게 하고자 내 머리털 세 뭉텅이를 뽑아버린 기분이었어요. 그까짓 허벅지가 닳아 없어질 것도 아닌데, 술김에 그런 거라 치고 자리를 옮겼으면 그만일 텐데. 잠도 잘 자고 온 날이었는데, 맛있는 저녁을 먹고, 왜 그렇게 3일은 못 자고, 일주일은 굶은 사람처럼 예민해져서 참지를 못했을까요? 선생님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은 대충 맞춰주고 적응하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든지 나는 후회했어요. 교수님의 큰 것을 빼앗았지만 시원하지 않았어요. 그것을 빼앗아서 내가 가진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나도 큰 것을 내어줘야 했어요. 어떤 학교에도 조교로 남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거죠. 그때부터 취직의 길로 들어서야 했어요. 내 성적은 빼어났지만 그만큼 발이 넓고 집요한 선 교수의 방해 공작이 있었죠. 취직이 잘 되지 않았어요. 선 교수가 낸 적반하장식의 소문때문에 회사에서는 나를 배신자로 보았어요. 교수님을 배신하는 아이라면 회사를 배신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닐 거로 생각한 거죠. 어느 회사에서건 선뜻 받아들여 주기 힘들었겠죠.
그동안 몰래 선 교수에게 몸을 내주었던 여학생들은 조교가 되었어요. 올해 박사를 마치고 모교의 전임 강사가 되었다는 친구 얘기도 들었어요. 선 교수 회식 자리에서 침묵했었던 친구들은 CNJ 같은 굴지의 회사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CNJ요? 맞아요, 그 회사. 다국적 제약 회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회사죠. 대우도 최고이고요. 선생님도 잘 아시잖아요. 친구들은 그 회사에 들어가기를 가장 원했었지요. 그 날 미스 하이드를 말리지 못했던 나만 외톨이처럼 잊혀졌어요. 어느 날 아침, 태양계에서 쫓겨난 명왕성 같다고나 할까요? 분명 나는 얼마 전까지 그 무리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존재가 된 거예요. 모두가 나를 외면했어요. 그렇게 좋아해주던 미스 하이드마저도 잊혀졌어요. 원하던 투명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었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