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인간에게 돼지의 뇌를 이식하면 인간이야? 돼지야?
∙엄마: 돼지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이라니 믿고 봐도 될 만한 영화라는 좋은 선입견을 가져본다.
‘12세 관람가인데 왜 제목이 괴물이지? 어린 아이가 괴물 역할을 하나?’ 제목이 주는 거부감이 있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라는 말에 긴장하고 본다. 마음을 백지로 만들고 플레이.
우리는 진실을 얼마나 볼 수 있고, 또 알 수 있는 걸까? 얼마만큼 오해하며 살고 있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현실을 360도 정확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으로만 파악하고 짐작하며 상대방을 오해했던 적은 없는가?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의 죠호쿠 초등학교. 싱글맘으로 미나토를 키우는 엄마. 미나토는 어느 날인가 밤에 없어지기도 하고 귀를 다쳐오기도 한다. 이상히 여긴 엄마는 학교에 찾아가 호리 담임선생님이 아들을 괴롭힌다고 말한다. 영혼 없는 얼굴로 사과하는 교장과 호리담임, 그리고 다른 교사들.
미나토의 친구 요리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요리를 가두기도 하고 책상에 물감을 뿌려놓기도 하니 매일 매일이 괴롭다. 요리를 제일 괴롭히는 건 아빠다. 엄마 없이 혼자 키우는데 아들에게 ‘너는 돼지의 뇌를 가졌다’며 비난하고 구타한다.
계속되는 미나토 엄마의 의심과 항의로 호리 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사과하고 결국 사임한다.요리의 유일한 친구는 미나토. 둘은 산 밑에 버려진 기차를 아지트로 만든다. 그곳에서 간식도 먹고 둘이 게임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비가 많이 와 산사태가 난 어느 저녁 미나토 엄마와 호리 선생이 망가진 기차로 아이들을 찾으러 가지만 아이들은 이미 그곳을 빠져나왔다.
교장은 자신이 운전하다 실수로 손녀를 치었는데 남편에게 뒤집어씌워 남편이 대신 감옥에 간다. 반 전체 아이들은 호리를 나쁜 선생님으로 만들고 교장과 다른 교사들이 합세해 호리를 몰아낸다. 누구의 계획일까? 미나토를 도와주고 보호하려 했던 호리 선생님은 누구의 음모로 이상하고 못된 교사가 되어 사과만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걸까? 괴물은 누구인가?
요리의 아빠는 아이를 구타한다. 미나토가 불안해 집으로 찾아갔는데 요리는 물에 젖은 채 욕조에 누워있다. 욕조에서 실신하다시피한 요리를 끌어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은신처인 기차로 간다. 요리의 등에는 군데군데 심하게 멍이 들어있다. 아들을 구타하고 돼지뇌라 부르고 돌보지 않고 나중에는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는 요리의 아빠.
아이들은 산사태가 난 곳에 버려진 기차 밖으로 빛을 받으며 달려간다. 세차게 내리던 비는 그치고 아이들은 천진함을 잃지 않고 뛰어간다.
이야기는 관점을 달리해 엄마가 구성한 스토리로 한번 전개되고 후반부에는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엄마가 오해할만한 상황이 나오고 후반부에는 진실이 나온다. 오해를 살만한 장면들이 나올 때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뒤로 갈수록 밝혀지고 괴물이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학대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부모 밑에서 크는 불쌍한 요리. 요리를 도와주려는 미나토, 미나토를 돌보려는 호리선생님. 약자로 여겨지는 그들이 순수함을 잃지 않고 돌보고 위로하는 장면들에서 괴롭히는 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들이 괴롭힘을 당한다고 호소하는 학부모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교장과 학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까 노심초사하며 문제를 무마하려는 몇 명의 교사들, 괴롭히는 것이 유희인 양 요리에게 테러를 가하는 어린 악마들, 그리고 요리의 아빠라고 불리우는 자.
전모가 드러나며 끝으로 치달을수록 상처 받은 영혼들에 대한 공감으로 마음 한 쪽이 저려온다. 어린아이들이 아무 죄 없이, 힘없이 가해를 당한다. 버려진 기차 안에서 빵에 잼 하나로 식사를 때우는 장면들, 둘이 놀면 자신까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히 요리를 도와주지 못하고 우연인 척 연기를 하는 미나토의 마음.
괴물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절대적 약자인 요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처음에는 미나토와 엄마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뒤로 갈수록 시선은 요리에게 머문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와 가정이라는 상황에서 철저히 상처받고 학대받은 뇌와 육체는 치유될 수 있을까?
우리는 괴물에 대처하는 무기를 갖고 있는가?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요리의 괴로움과 문제를 해결해줄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친구이자 도움을 주는 존재는 어린 미나토뿐이다.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마음이 아팠고 세상에 속는 기분이 들었다. 군중의 몰이해가 빚어내는 어이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어디까지 파멸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호리 선생님의 억울함과 요리의 상황이 답답하게만 여겨졌다.
괴물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괴물의 공통점은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어린 약자들의 연대가 빛나는 영화, 괴물에 맞설 때까지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극단적인 모습의 ‘요리’ 아빠 같은 괴물은 되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괴물 같은 어른은 되지 말아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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