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Hotel
음식을 해 먹으며 지저분하게 사는 부부들, 화장실을 불결하게 쓰는 사람들, 남편이 있는데도 뻔뻔하게 옆집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여자, 남편이 아프다고 투덜대는 부인, 혼자서 생활이 불가능해 양로원에 들어갔다 잠시 들르는 노인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부인의 종아리와 다른 남자의 종아리가 서로 얽혀 있는 것을 본 남편은 드디어 폭발하고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 난장판이 된 1층 카페, 주변 사람들이 둘을 화해시키고 분위기는 겨우 가라앉는다.
남편 병치레에 진저리가 난 부인은 마차꾼과 놀아나고 싶어 방을 몇시간만 빌릴 수 있냐고 주인에게 천연덕스럽게 물어본다.
제일 안타까운 건 한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임신한 몸으로 혼자 사는 여자다. 한때 사랑을 주고 받았지만 남자의 마음은 한없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후로 남자는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여자는 혼자 아이를 낳는다. 키울 수 없어 시골로 보내버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번다. 유모에게 맡긴 아기가 사망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이 가엾은 여인은 남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호텔청소를 했다. 성실하고 깔끔하게 일해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떠나고 불행의 꼬리는 이어졌다.
이 여인의 잘못은 무엇일까? 이 호텔에 묵는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다. 폐병을 앓고 있는 남자, 부인이 옆집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사실을 알고도 참으려고 노력하는 남자등이 있다. 자매 둘 중 한명이 남자와 데이트를 하자 그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긴 언니가 바깥 출입을 못하도록 동생을 감금하다시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작가 외젠 다비는 1928년 이 소설을 집필하였다. 그의 부모가 실제로 1923년 북호텔이라고 이름 붙인 값싼 호텔을 경영하였다.
1층은 식당겸 카페로 운영된다. 마음씨 따뜻한 루이즈 부인과 르쿠브뢰르는 열심히 일한다. 낡은 호텔이지만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려 애를 쓴다. 불쌍한 여인에게 일자리도 주고 손님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도와준다. 마음이 슬픈 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언제든 휴식의 공간이 되도록 카페를 운영한다.
이 시대 프랑스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아파트처럼 생긴 호텔에 거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호텔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듯 하다.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호텔의 장기투숙객과 다세대주택의 세입자는 결국 비슷한 개념이다. 지금의 호텔처럼 며칠 묵어가는 형태가 아닌 것이다. 1층에서 주인이 음식이나 커피를 팔고 있다는 것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윗층의 숙박객들은 세입자인 것이다. 그 안에는 방과 화장실과 부엌등이 갖추어져 있다. 레지던스를 겸하는 호텔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힘든 일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 전 항상 1층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해결하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 간단히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하며 주인과 하루 일을 나눈다. 오랫동안 숙박을 하고 있으니 이웃들이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택이 아닌 집단거주의 개념이 호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지금은 호텔의 모습이나 기능이 많이 바뀌어서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고가이고 세련되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해야한다. 수영장, 헬스장, 사우나까지 쉼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공간이 있다.
조식 때문에 호텔에 간다고 할 정도로 아침식사가 화려하고 맛있어야하며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해야한다. 앞으로의 호텔은 또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까? 그리고 어떤 기능이 추가될까? 한때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던 호텔이 지금의 형태로 변모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작가는 숙박객 한 사람, 한사람의 특징이나 사연을 사실적으로 자세히 공감가도록 묘사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각 주인공들의 사연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어디선가 들은 듯 하고 언젠가 본 것 같은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정감있게 그려놓았다.
이런 다양한 숙박객을 관리하고 돌봐야하는 주인부부의 고충은 얼마나 컸을까? 작가의 부모가 실제로 이런 호텔을 운영했으니 작가는 아마도 다양한 숙박객을 만났을 것이고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자세하고 실감나는 이야기가 탄생했을 것이다. 각자의 인물들은 공통분모도 없고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북호텔이라는 공간이 주는 동질성으로 묶여있다. 모두 일을 마치고 밤이 되면 이 공간에 모여드는 것이다.
싸우기도하고 갈등도 일으키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본다. 그 안에서 미움과 시기도 생기고 로맨스도 피어난다. 어디나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생기면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관심없는 현대인의 깨끗한 아파트나 호텔이 아니라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개념의 그 당시 호텔은 어찌보면 인간들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 아니였을까?
어딘가 이런 호텔이 있다면 더도말고 한 달만 머무르다 왔으면 좋겠다. 주인부부와 수다도 떨고 칵테일도 마시고 브런치도 즐기다 오고 싶어진다.
허름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시민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왜일까?